“늦으면 안 하는 것과 같다” 양 정상 의기투합
“속도가 생명” 韓·튀르키예 원전·방산 속도전 돌입
TK 소재 기업·공기업 성과로 이어질까 눈길
이재명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르도안 대통령께서 강조하셨는데 '협력사업은 늦게 하면 안 하는 것과 비슷해지기 때문에 빨리 하는 게 중요하다', '속도가 생명이다'라는 점에 전적으로 의견을 함께했습니다."
13년 만에 튀르키예를 국빈방문 한 이재명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정상회담의 핵심 주제는 '속도'였다.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만난 두 정상이 그간 지체됐던 양국 간 경제협력의 시계를 빠르게 돌리기로 합의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회담의 핵심은 양국이 원전·방산 등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는 점이다. 양국은 지난 10년간 중단됐던 '경제공동위원회'를 즉각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동공동언론 발표에서 "참으로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경제 성과의 경우 튀르키예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협력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전과 튀르키예 원자력공사(TUNAS)는 이날 '원자력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는 한국이 수주 경쟁에 뛰어든 튀르키예 '시놉 원전 사업'에 힘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남은 세부 평가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며 튀르키예 신규 원전 수주전에 힘을 실었다.
방산 분야 협력도 가속 페달을 밟는다. 양국은 방산에서 공동 생산, 기술 협력, 훈련 교류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한국 기술이 들어간 '알타이 전차'의 군 인도가 시작된 점을 언급하며 "방산 분야 공동 프로젝트를 더욱 다양화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도 "알타이 전차 사업 같은 성공적인 협력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 양국 방위 산업 역량을 강화하고 평화와 안보 증진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알타이 전차 사업은 한국의 전차 K2 흑표를 수입한 튀르키예가 K2를 기반으로 자국산 전차를 자체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한 전차 양산 사업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소인수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외에도 현대차의 튀르키예 내 전기차 생산 확대, 한국도로공사의 도로 인프라 협력 등 가시적인 성과들이 줄을 이었다. 양 정상은 공동성명 채택을 통해 이번 회담의 합의 사항들이 '특별히 신속하게' 이행될 것임을 국제사회에 공표했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가 대구·경북(TK)에도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을 모은다. 주요 경제 협력 성과들 가운데 경북에 거점을 둔 기업이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경북 김천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한국도로공사의 성과가 관심사다. 이날 도로공사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함께 튀르키예 도로청과 '도로 인프라 협력 MOU'를 체결한 것이다. 이미 차낙칼레 대교 건설 등으로 튀르키예 내 입지가 탄탄한 도로공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향후 발주될 튀르키예의 대형 도로·터널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다.
또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 "튀르키예 정부의 '혈액제제 자급화 사업'에 한국 기업인 SK플라즈마가 참여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직접 언급했다. SK플라즈마는 안동에 혈액제제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이외에도 이날 안동 출신의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튀르키예 가족사회부 장관과 '보훈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MOU는 한국전 참전용사 예우, 참전용사 단체 및 후손 간 교류 증진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또한 두 정상은 2027년 수교 70주년을 앞두고 채택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 간 우정이 미래세대까지 이어지는 든든한 자산이 될 것임을 알렸다. 이외에도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미래세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튀르키예 내에서 확산되는 K-콘텐츠(OTT) 열풍과 한국 내 튀르키예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은 양국을 잇는 단단한 고리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양국은 이번 성명을 통해 유학생 교류 확대, 문화원 활동 강화, 관광 활성화를 약속했다.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의 한 호텔에 마련된 한국 언론프레스센터 모습. 정재훈기자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정재훈기자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