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운영하는 방앗간 주인공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혁재씨, 문윤선씨, 곽종희씨.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는 5일장(1일·6일)으로 유명한 화원전통시장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 3대가 운영하는 방앗간이 있다. 1968년 '화원시장고추방앗간'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내 건지 60여 년, 제분기 돌아가는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다는 3대다.
1대 주인 곽임용(94), 문윤선(87)씨 부부, 2대 셋째딸 곽종희(55)씨, 그리고 곽종희씨의 아들 이혁재(27)씨가 그 주인공이다.
방앗간이 유명해진 이유는 뜻밖에도 '꽈배기' 때문이다. 1대 주인 부부가 5남매를 키우기 위해 방앗간일 외에도 밤잠을 줄여가면서 꽈배기를 만들어서 팔았는데 먼 곳으로 이사를 간 사람이 그 꽈배기 맛을 잊지 못해 가끔 찾아올 정도로 빅히트를 쳤다. 그 외에도 문윤선씨가 손수 담은 된장과 간장 맛에 익숙한 단골들은 아직도 가게를 찾는다
2대 주인인 곽종희씨는 두 언니들과 함께 방앗간 일을 도우면서 잔뼈가 굵었는데 결혼해서도 친정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다가 정식으로 가게를 물려 받은 지는 7년째, 어머니의 손맛까지 그대로 물려받아 도토리철 '곽종희표 도토리묵'은 단체주문이 많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요즘 같은 김장철에는 김장 김치에 들어가는 양념이 맛깔나다는 입소문이 퍼져 마니아층이 늘어나는 추세다.
곽종희씨의 아들 이혁재씨는 군 제대후 몇 년간 직장 생활을 했으나 혼자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걱정이 되어 직장생활을 접고 어머니와 함께하게 된 지도 수년째다. 각종 선반제작부터 기계관리까지 그의 꼼꼼한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니 어머니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혁재씨의 경우는 '어릴적 놀이터'였던 곳이 '지금의 일터'가 된 경우다. 곽종희씨에게 아들이 선뜻 팔을 걷어붙이게 된 배경을 묻자 "아들의 성장 과정을 어릴 적부터 지켜봐 온 오랜 단골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혁재씨는 올해 초 결혼을 해 가정도 꾸렸는데 장모님이 바로 오랜 단골 손님 중 한분이시다.
1대 주인 문윤선씨에게 60년째 손님이 끊이지 않는 노하우를 묻자 "시장에서 가장 일찍 문을 열고 휴일도 없이 일했다" 라며 "늘 믿고 찾아주시는 단골손님 때문에 힘든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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