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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구절초로 전하는 ‘대구의 10월항쟁’

2025-12-02 22:03
대구 북구 구암동 꿈꾸는마을도서관 도토리 그림 동아리 꽃마중의 전시 구절초, 흐드러지게 피다에서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꽃마중 제공>

대구 북구 구암동 꿈꾸는마을도서관 도토리 그림 동아리 '꽃마중'의 전시 '구절초, 흐드러지게 피다'에서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꽃마중 제공>

2025 대구여성영화제가 지난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사흘간 메가박스 프리미엄만경관에서 열렸다.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대구 북구 구암동 꿈꾸는마을도서관 도토리 그림 동아리 '꽃마중'의 전시 '구절초, 흐드러지게 피다'였다.


구절초는 1946년 미군정의 강압적 정책에 맞서 대구에서 시작돼 경산과 영천 그리고 전국으로 번졌던 10월항쟁의 상징꽃이다. 2010년 무렵, 뜻있는 시민들이 모여 10월항쟁을 중심으로 역사 스터디 모임을 열었고, 시인과 작가들이 유족들을 찾아다니며 당시의 이야기를 구술로 듣고 문학작품으로 세상에 전했다.


이번 전시는 작년 꽃마중 회원들이 '전태일 평전'을 함께 읽고 그린 그림들에서 시작됐다. 그때 만난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의 눈물이 회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회원들은 자연스레 그 아픔과 정신을 그림으로 옮기기로 했다. 지난 4월부터 회원들은 항쟁 관련 자료를 찾아 공부하며 문학 속에서 되살아난 10월항쟁의 정서를 화폭에 담았다.


회원 임선경 씨는 "왜 이런 역사가 이렇게 오랫동안 잊혀 있었을까 싶다. 늦게 알게 된 게 미안하다"라며 소회를 전했다. 특히 눈길을 끈 작품은 '구절초와 광목천'이었다. 예전 이불로 쓰이던 두터운 광목천 위에 구절초를 그려 넣어 희생과 회복, 그 시절의 정서를 함께 표현했다. 목화씨가 박혀 있는 천이라 붓질할 때마다 구멍이 생겨 수십 번 덧칠해야 했지만, 작가들은 그만큼 따뜻하고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더 많은 시민이 대구에서 시작된 10월항쟁의 의미를 바로 알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회원들은 "10월항쟁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청년의 고립이나 노년의 빈곤 같은 문제는 시대를 달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결국 10월이 품은 정신은 공동체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회원 윤은정 씨는 "망각 속에서도 피어나는 들꽃처럼 10월항쟁은 대구의 또 다른 기억의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전시를 준비하며 회원 모두가 "이 지역에서 살아온 조상들이 자랑스럽다"며 깊은 자부심을 느꼈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잊힌 기억을 다시 불러내고, 대구가 품은 항쟁의 정신을 예술로 되살린 따뜻한 추모의 장이 됐다.


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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