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찬바람 속 이례적 개화
시민들 “봄인 줄 착각” 탄성
지난 3일 대구 앞산전망대 산책로에 개나리꽃이 피어 있다. 강명주 시민기자
대구 앞산전망대 산책로에서 12월 초에 개나리꽃이 피는 이례적인 풍경이 포착돼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초겨울의 찬 기운이 감도는 시기임에도 봄꽃이 모습을 드러내자, 산을 찾은 이들은 놀라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지난 3일 전망대로 오르는 산책길 관목 사이에서 연한 노란빛의 개나리 몇 송이가 또렷하게 피어 있었다. 낙엽이 떨어져 겨울 빛깔이 짙어진 풍경 속에서 핀 꽃은 마치 두 계절이 한 장면에 겹쳐진 듯한 느낌을 줬다. 산책객들은 "12월에 개나리를 보게 될 줄 몰랐다", "잠깐 계절을 착각했다"며 휴대폰을 들어 촬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대구지역에는 초겨울에도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는 날이 많아 계절의 흐름이 예전과 다르게 느껴진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꽃을 바라보던 한 시민은 "가을과 겨울이 제대로 구분이 안 될 만큼 날씨가 왔다 갔다 한다"며 12월 초에 피어난 꽃을 기후 변화의 징후처럼 받아들이는 반응을 보였다.
개나리는 본래 3~4월에 꽃을 피우는 전형적인 봄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예상과 다른 시기에 꽃이 관찰되는 사례가 늘면서, 계절의 경계가 흔들리는 풍경이 도심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앞산에서 발견된 이번 개나리 역시 그러한 변화 속의 한 장면이라는 이야기가 산책객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오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란 꽃잎은 초겨울 산책길에 짧지만 따뜻한 위로를 남겼다. 차가운 바람과 앙상한 가지들 사이에 솟아오른 작은 꽃은, 한 해의 끝자락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밝은 기운을 건넸다.
앞산전망대에 뜻밖에 피어난 개나리는 빠르게 변해가는 계절 속에서 자연이 건네는 조용한 신호이자 초겨울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도심 속 일상에 작은 여백을 남기며 계절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글·사진=강명주 시민기자 kmejuw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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