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공장을 개조한 레스토랑에서 새로운 인생 2막을 그려가는 이창환 사장. 김동 시민기자
섬유공장을 개조한 레스토랑에서 새로운 인생 2막을 그려가는 이창환 사장. 김동 시민기자
"누가 뭐래도 한번 가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40년간 섬유업 한길을 걸어온 이창환(70) 사장이 인생 2막을 위해 선택한 무대는 '카페'였다. 성주 선남면에 자리 잡은 '가보자 레스토랑'은 섬유 포장지 공장을 개조한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개업 초기부터 지역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섬유업에 몸담아 직접 공장을 운영하며 40년 넘게 사업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데다, 주력 시장이던 러시아의 전쟁 여파로 수출길마저 막히면서 사업 지속이 어려워졌다.
"수십 년 함께한 기계를 폐기할 때 허무함이 컸습니다. 그래도 이 공간을 버리지만 말고 다시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의 새로운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상호 '가보자'는 아들의 제안에서 탄생했다. "아버지, 어디든 한번 가보자는 뜻으로 지어보면 어때요?" 이 사장은 그 말이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해준다고 했다. 도전정신과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은 자연스럽게 가게 브랜드가 됐다.
가보자 레스토랑의 가장 큰 특징은 '공장의 흔적을 살린 인테리어'다. 전문가들은 공장 이미지를 지우고 현대적 감성으로 꾸밀 것을 조언했으나, 그는 오히려 공장 골조와 기계 일부를 남겼다. "섬유는 대구·경북 산업의 뿌리입니다. 이 공간에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을 얻고 있다. "억지로 꾸민 카페보다 훨씬 편안하고 특별하다." "옛 추억이 떠올라 자주 오게 된다." 방문객들의 반응에 그는 큰 보람을 느낀다.
넓은 공간 운영과 주말 중심의 매출 구조로 아직은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그의 표정은 밝다. "돈 욕심으로 시작했다면 못했을 일입니다. 지역민들이 사랑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메뉴는 스테이크·피자·파스타·필라프·커피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성주 특산물인 참외를 활용한 피클도 제공되며 로컬 메뉴도 개발 중이다.
이 사장은 단순한 레스토랑를 넘어, 창작·취미 활동을 나눌 수 있는 지역 문화 플랫폼으로 확대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널찍한 본관과 별관, 야외 공간의 이점을 살려 동호회·단체행사 활동 공간 제공, 소규모 공연·작품전시회 기회 제공, 피자 만들기 체험, 지역 특산물 기반 로컬 메뉴 브랜드화 등이 그가 그리는 미래다.
"이왕 다시 시작한 만큼, 더 멀리 가고 싶습니다. 손님과 함께 계속 '가보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의 도전은 직업을 바꾸는 이야기를 넘어, 멈추지 않는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글·사진=김동 시민기자 kbosc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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