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씨, 올해 수능서 수시 통해 최종 합격해 장학금도
이탈리아 유학 직전 진로 고민, 한의사 목표로 변경
“진료뿐만 아니라 희망 들려주는 한의사가 되겠다”
지난 19일 대구 수성동 대구시교육청에서 경북예술고등학교 출신인 이슬씨가 올해 대구한의대 한의예과에 합격한 후 영남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환자들에게 치료뿐만 아니라 희망도 함께 들려주는 '노래하는 한의사'가 제 꿈입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통해 대구한의대 한의예과에 수시로 합격한 수험생 중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이가 있다. 경북예술고등학교 재학 당시 성악을 전공해 촉망받는 원석으로 주목받았으나, 돌연 진로를 변경해 올해 수능에서 한의예과에 합격한 것. 그 주인공은 이슬(여·21)씨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지난 19일 직접 만나 그 녹록하지 않았던 시간들에 대해 들어봤다.
이씨는 2023년 졸업 후 3번의 수능을 치른 끝에 올해 당당히 합격했다. 수시모집을 통해 관련 과목의 수능최저등급을 모두 맞추면서 지난 12일 최종 합격했다. 수시합격자 중 상위 성적 15% 내 들어 성적장학금도 받게 된다.
이씨는 "한의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간 한의예과에 합격할 때까지 지원하겠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해왔다"며 "올해 수능이 어려워 걱정은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성적이 잘 나왔다. 준비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결과가 좋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학창 시절 꿈은 '성악가'였다. 7살부터 줄곧 노래를 불러왔다. 초등학교 3학년~6학년때는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 소속으로 활동했다. 중학생부터 성악인으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경북예고에 입학 후 성악과에서 꿈을 키웠다. 재능은 돋보였다. 2021년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에서 금난새 지휘자와 협연하기도 했다.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무대에 서기 위해선 교내 자체 오디션에서 최종 선정돼야만 가능했다. 매년 고2 학생에게만 주어진 기회다. 이씨는 교내 관련 전공 학생들이 모두 참여한 이 오디션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하면서 협연 무대에 서게 됐다.
이씨는 "어릴 때부터 노래를 불렀고, 성악이라는 진로를 이미 정했었다. 성악 공부를 위해 고교 졸업 후 이탈리아 학교로 유학을 가려고 했다"며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향후 진로 등 현실적 문제와 여러 개인 상황이 겹치면서 진로를 다시 고민해 보게 됐다"고 했다.
진로를 바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외할머니의 건강 문제'였다.
이씨는 "진로를 한창 고밀할 때 할머니가 편찮으셨다. 수술과 회복 과정을 옆에서 모두 지켜봤다. 그때 처음 의사라는 직업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의사가 누군가에게 도움 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에 진로를 과감하게 바꿨다. 당시에는 막연하게 의료인을 꿈꿨다. 이후 적성 등을 고려해 한의사로 정했다"고 했다.
고3 수능을 봤지만, 진로 변경 후 다시 치러야 하는 수능 준비는 순탄치 않았다. 특히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뚜렷한 목표 의식을 만들어준 반면 내적 부담은 커지게 했다. 지난해 수능에선 시험 당일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성적이 좋지 못했다. 이씨는 이러한 멘탈 관리를 '글'로 풀어냈다.
이씨는 "재수 초반에는 나만의 공부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침저녁으로 하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면서 "매일 아침 공부 시작 전에 목표를 노트에 써 마음을 다잡았다. 종일 공부를 끝낸 후에는 일기를 적었다. 일기를 쓰면서 오늘 공부했던 것들과 내일 해야 할 일, 기분 상태 등을 깨알같이 적었다. 되돌아보거나 계획하고, 마음가짐을 솔직하게 적으면서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었다"고 했다.
이씨는 내년 3월 입학하게 되면 예과 2년·본과 4년의 교육과정을 거친다. 이후 한의사 국가시험이라는 고지를 넘으면 한의사 자격을 갖추게 된다. 그는 "30살 전에 한의사가 되고 싶다. 이번에 입시를 치렀던 것처럼 한의사 시험도 치열하게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늘 함께해왔던 성악이라는 재능도 환자들을 위해 쓰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씨는 "한의사로 활동하게 되면 진료만큼 의료 봉사도 꾸준히 하고 싶다"며 "환자에게 노래를 들려줘 희망과 즐거움도 줄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난 19일 대구 수성구 대구시교육청에서 대구한의대 한의예과에 합격한 이슬 학생이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진로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021년 열린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연주회에서 이슬씨가 지휘자 금난새와 협연을 펼치고 있다. <본인 제공>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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