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1230020167267

영남일보TV

  •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의 6개 금관을 만나다
  • 저수지 옆에서 시작된 노래 한 판, 유가읍 한정1리의 노랫소리

[임재양 외과의사가 바라본 일본 풍경8]이도바타 회의(井戸端会議)–우물가 모임

2025-12-30 10:39
한동안 사라졌던 일본 극우의 시위. 최근 총리가 독도 이야기를 하자 소규모이지만 시위대가 나타났다. <임 원장 제공>

한동안 사라졌던 일본 극우의 시위. 최근 총리가 독도 이야기를 하자 소규모이지만 시위대가 나타났다. <임 원장 제공>

2011년 동일본 지진 후 도쿄에서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토론하는 모임이 생겼다. 옛날 우물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서 이름을 가져왔다. 70-80대 회원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혐한 시위가 한창인 2019년 나는 이 모임에 초청되어 강의를 했다.


오쿠보는 도쿄의 코리아 타운이다. 요즘은 한류와 더불어 엄청난 인파들이 몰리고 있다.


6년 전 방문했을 때는 매일 혐한 시위가 있었고 살벌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 특히 재일한국인에게 특혜를 주지 말자는 단체(재특회)가 데모를 주도했다. 회장인 사큐라이 마코토는 2016년 도쿄도 지사 선거에 나가서 15만 표를 얻어서 5위를 했다. 적지 않은 지지였다.


재특회 시위 옆에서 재일 한국인 어린아이가 일본말로 "무섭다"면서 울고 있었다.


오래전 신문 기사에 대구시에서 무슨 행사를 하면서 한국남자와 결혼한 일본인 부인들이 한복을 입고 광장에서 큰절을 하는데 설명이 "우리가 대신 사죄드립니다"였다. 그때도 한창 역사 왜곡 문제로 시끄러울 때였다. 이것은 아니란 생각에 신문사에 확인했더니 행사에서 그냥 큰 절을 했는데 제목을 그렇게 자의로 썼다고 했다. 물론 재일교포들과는 사정이 다르지만 그들도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로 차별을 받고 있었다. 큰 소리로 일본말도 못하고 한번씩 외교적으로 부딪치면 가슴이 졸인다고 했다.


한국 작가가 임진왜란에 대해서 쓴 소설 중에서 특이하게도 전쟁에 참여한 일본 무사가 주인공인 소설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일하는 농사철을 피해서 전쟁을 했다. 주인공은 봄에 씨를 뿌린 후 끌려서 조선으로 왔다. 전쟁 중 그는 조선 군대에 포위되었다. 죽음의 두려움에 그는 일본에 남아있는 늙은 어머니, 젊은 아내, 어린 아들을 생각한다. 씨를 뿌린 밭은 어떻게 되었는지도 걱정한다. 온갖 걱정, 두려움 속에서 그는 죽는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 헌법 9조 개정을 반대하는 일본인들의 모임. 10년전부터 한달에 한번 지역별로 모여서 시위를 한다. 대부분 80대가 회원이다.<임 원장 제공>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 헌법 9조 개정을 반대하는 일본인들의 모임. 10년전부터 한달에 한번 지역별로 모여서 시위를 한다. 대부분 80대가 회원이다.<임 원장 제공>

처음 이 소설을 보았을 때 나는 참 불편했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우리가 그냥 침략을 당하고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침략자인 일본 무사를 이해하고 불쌍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일본 무사의 개인적인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결국 전쟁은 국가가 하는 것이지만, 동원된 병사는, 침략자나 피해자나 가족을 생각하고 자기 생명을 걱정하기는 똑같기 때문이었다.


이도바타 모임에서 나의 강의록 일부이다.


"대부분은 자기가 속한 사회와 국가를 생각하고 뭉치고 다른 사회, 국가는 배척합니다. 같은 종교끼리 뭉치고 다른 종교를 배척합니다. 소수자는 항상 잊혀지고 피해를 입게 됩니다. 깨어있는 개인이 소수자를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는 기독교인입니다. 하지만 불교, 이슬람도 존중하고 이해하고자 합니다. 나는 우리 가족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다른 가족, 아이들도 존중하고 사랑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는 한국을 사랑합니다. 한국과 일본이 축구를 하면 한국을 응원합니다. 하지만 일본도 존중합니다. 일본에 오고 일본인을 만나면 즐겁고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세상에는 작은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도쿄에도 작지만 소중한 모임인 '우물가 모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먼길 달려왔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이웃으로 좋은 일도 많았지만 나쁜 인연도 가지고 있습니다. 나쁜 인연을 후대에게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서로 존중하고, 서로 위하는 사회를 꿈꿉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