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예 소설가
하응백 소설가·문학평론가
예심을 거처 결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6편이었다. '일용직 아버지의 꿈' '301호의 지리학' '내향형인데 헌터가 되어버림' '고래의 마지막 주파수' '완벽한 캐스팅' '낙수(落水)' 등이었다. 이 중에 심사위원의 눈에 들어온 세 편은 '301호의 지리학' '일용직 아버지의 꿈' '낙수(落水)'였다.
'301호의 지리학'은 참신한 아이디어 소설이다. 의사의 아내가 중산층 아파트의 삶의 궤적을 산뜻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감동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소품(小品)이었다는 말이다. '일용직 아버지의 꿈'은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면서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의 생전 삶을 듣고 추억하는 이야기다. 아버지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딸을 위해 여러 일들을 한 사실을 딸은 뒤늦게 알게 되면서, 아버지를 더욱 이해하게 된다. 휴머니즘에 입각한 전통적 소설쓰기 방식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전통성이 신인의 패기라는 측면에서 조금 약하게 보였다. 만약 더 좋은 작품이 없었더라면, 이 작품이 당선작이 될 수도 있었다.
'낙수'는 SF소설로, 근미래에 인구가 격감한 도시의 잔류 주민 강제 퇴거 후에 수도의 메인 밸브를 결찰하는 하청업체 기술자의 이야기다. 이 죽은 도시 한 아파트 안에 투견장 케이지 안의 피투성이 개들을 돌보는 한 소년. 단수한다는 건 그들의 생명줄을 끊는 것. 잔인한 현실을 절제된 감정과 군더더기 없는 짧고 강렬한 단문으로 묘파한다. 서사의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 장악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생명을 폐기물이나 소모품으로 처리해야 할 비정한 세계에서 인간다운 선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심사위원들은 크게 망설임 없이 '낙수'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더욱 정진하시기 바란다.
■본심 심사위원=권지예(소설가), 하응백(소설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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