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7일자 영남일보 공익광고
25초 분량 영상에 재소환된 ‘이불신문’
이제석씨가 지난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영남일보 2009년 3월7일자 14면과 15면 전면에 실렸던 공익광고를 소개했다. 이제석씨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영상 캡처.
"오늘밤 누군가는 이 신문을 이불로 써야 합니다."
2009년 영남일보 '이불신문'이 17년 만에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광고인 이제석씨가 설을 앞두고 당시 지면을 소개하면서다.
이씨는 지난 15일 인스타그램 등 자신의 SNS에 설 인사와 함께 '신문지 한 장의 힘'이라는 제목의 25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하단에는 '어느 광고인의 일기 2009년 어느 추운 겨울날'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영상은 2009년 3월7일자 영남일보 14·15면에 실렸던 공익광고를 조명한다.
광고가 실렸던 신문 지면 사진이 나오고 노숙자들이 신문을 깔거나 덮고 잠든 모습이 담긴 사진이 교차 편집된 영상이 나온다. 아래에는 당시 광고를 접했던 사람들의 반응과 광고 제작 배경 등을 함께 요약한 메모가 덧붙었다.
'뭐라고? 장난하나? 신문 전면에 기사 한 줄 없이...담요 사진만 덩그러니 인쇄된 신문을 발행하다니 사람들은 의아했다. 인쇄 사고일까? 누군가의 장난일까?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담요 모퉁이에 적혀 있는 작은 문구 한 줄이 눈에 띄었다'
"오늘밤 누군가는 이 신문을 이불로 써야 합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성금 전화: 053)573-24xx
'편집국장은 짤릴 각오로 주장했다. "이번 설 연휴에도 역 근처에는 갈 곳 없는 사람들로 붐비던데...이런 추운 날씨에 우리 신문사가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어 '이 광고는 전국 최초로 신문 전면(양면)을 할애해 만든 공익성 프로보노 광고다. 당시에도 신문 전면을 광고비로 환산하면 수천만원 이상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신문지 한 장으로 여러 사람과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순간이었다'는 글과 함께 영상은 마무리된다.
해당 공익광고는 당시 지역사회를 비롯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온·오프라인에서는 '이불신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통신사, 방송사, 신문사 등 각종 언론매체에서 집중 보도했다.
'이불신문.' 말 그대로 '이불처럼 덮는 신문'이라는 콘셉트로 추운 겨울, 거리 노숙인들이 신문지를 덮고 자는 현실에서 착안했다. 신문을 단순한 정보 매체가 아니라 체온을 지키는 물건으로 확장해 사회 문제를 드러낸 상징적 작업이었다.
영남일보는 2009년 3월 '이불신문'을 시작으로 같은해 4월 '한 그루의 나무도 소중히'(대구환경운동연합), 5월 '지구가 녹고 있습니다'(대구환경운동연합), 6월 '하루 한끼를 겨우 먹는 홀몸 어르신들과 소년소녀가장이 있습니다'(대구푸드뱅크), 7월 '백 원이 모여 일억이 되었습니다'(월드비전 대구지사), 7월 '연장이 아닌 연필을 쥐어 주세요'(월드비전 대구지사) 등의 공익광고를 실었다.
상업광고 지면을 과감히 비워 공익 메시지로 채운 사례로, 2009지역신문컨퍼런스 대상을 수상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언론으로 평가받았다.
이제석씨는 사회적 메시지를 강렬한 시각 언어로 풀어내며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 달서구와 함께 진행한 '달서구 선사시대' 광고는 선사유적이라는 지역 자산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주목받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거대 원시인 조형물인 '2만년의 역사가 잠든 곳'의 이만옹 등 선사시대로 주변 다양한 조형물들이 있다.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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