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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영남일보 신춘문예] 김미희 시인 당선소감 “詩에 다가설수록 어려워 백기 흔들 절박함으로 썼다”

2026-01-02 06:00
김미희 시인

김미희 시인

동짓날 오후에 당선 연락이 왔다. 가슴이 떨렸다. 기쁨과 설렘, 두려움과 책임감, 수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제 주어진 길을 똑바로 걸을 수 있도록 언제나 깨어 있어야겠다. 오늘 어둠의 극을 지나면 조금씩 밝음의 시간이 길어지리라 따뜻한 양지가 저만치 오고 있다.


외투 속에 시를 품고 (왠지 부끄러웠으므로!) 보이지 않는 길을 걸었다. 그 길이 그냥 좋았다. 나는 오랫동안 내 시의 1인 독자였다. 그 독자가 흡족해하는 시를 쓰고 싶었다. 가시처럼 어딘가를 찌르는 첫 줄을 받아쓰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백지의 눈밭에 앉아 있으면 마법처럼 생활이 주는 잡다한 번민이 사라지는 지점에 닿곤 했다. 글쓰기가 주는 치유와 정화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시의 심장에 가 닿을 수 없는 나의 부족함과 막다른 곳에서 마주치곤 했다. 다가설수록 어려운 시에게 백기를 흔들어야 할까 그런 절박함으로 쓴 시이다. 좁은 곳에서 파닥이는 나의 문장들에게 푸른 하늘을 보여 주고 싶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서랍에서 표지가 너덜한 現代文學(현대문학)을 본 적 있다. 옷과 손에 까만 기계기름이 마를 날 없던 당신도 시를 읽고 싶은 날이 있었으리…. 이제는 나도 이 지구에서 유한한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중함과 아픔을 읽을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늦게 이름을 올리지만 나이를 무기로 쓰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


조심스럽게 불러보는 스승이 계신다. 4년 전 다른 별로 가신 유병근 선생님, 은혜를 기억합니다. 쓰는 사람의 자세를 몸소 보여 주셨음을,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캐고 되살려야 한다던 말씀도 다시 새깁니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시대를 이끌어가는 영남일보가 주신 영광에 감사합니다. 저를 호명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리며 부끄럽지 않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새로운 방향으로 시의 창을 열어주시는 조말선 선생님 감사합니다. 함께 꿈꾸고 서로의 버팀목이 된 지평의 님들과도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묵묵한 울타리가 되어준 남편, 정빈, 민기, 사려 깊은 사위와 이쁜 나현이, 모두 사랑합니다. 겹겹의 인연들에게도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1958년 부산 출생 △경남 김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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