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윤 소설가
15년 전쯤 영화감독을 꿈꾸던 중학생 시절이었을 겁니다. 저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기 위해 극장 한구석에 숨어 있었습니다. 다른 전체 관람가 티켓을 끊고 시간에 맞춰 관을 옮긴 것이죠. 물론 그 걸작을 그 당시의 저는 이해할 순 없었습니다. 다만 뚜렷이 기억에 남는 것은 숨통을 조여오는 그 기묘한 서사와 황량한 풍광들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궁금해졌습니다. "저 영화 원작은 누가 썼을까?" 그렇게 그 해 겨울 방학, 저는 코맥 맥카시의 그의 글을 탐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이미지와 스토리가 교차하는 그 강렬한 순간을 한시도 놓지 못했습니다.
성인이 된 후 기자로 일하기도 했고, 영화 비평을 쓰기도 했지만 마음은 늘 창작의 세계를 맴돌았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수십 편의 시나리오 소재들을 붙들고 살았습니다. 머릿속의 불완전한 장면들을 스크린에 구현해보겠다고 쓰고 또 썼습니다. 하지만 현실 밥벌이의 고단함 속에 제 안의 이야기는 점차 빛을 잃어갔습니다.
그러던 2023년 6월, 코맥 맥카시의 부고를 접했습니다. 그 짧은 기사 한 줄은 잊고 지내던 문학이라는 세계를 다시금 제 앞에 불러왔습니다. 그의 문장 속에 도사리고 있던 서늘한 질문들은, 너는 지금 무엇을 쓰고 있는지 되물었습니다. 저는 그 물음의 정체를 파고들기 위해 다시 펜을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시나리오와 소설 사이를 오가며 '스토리'라는 세계의 끈을 놓지 않았던 저에게, 이 글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15년 전 극장의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소년은 이제, 세상 밖으로 나와 또 다른 이야기를 쓰려 합니다. 그 미지의 가능성 끝에 설명하기 어려운 진실들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1994년 출생 △동아대 신문방송학과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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