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보성(전 삼성라이온즈 선수·전 LG트윈스 감독)
새해 벽두부터 LA다저스스타디움에 선수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 같은 일본 3인방을 포함해서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일류 중의 일류들이 다 모였다. 이윽고 트레이너와 함께 강화훈련을 시작했다.
최고의 실력에 걸맞는 완벽한 준비가 살 길인가 보다. 훈련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일본도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 하지 않다. 지난해 재팬시리즈 우승팀 소프트뱅크의 고쿠보 히로키 감독은 우승 직후인 11월, 휴식 없이 '지금부터 바로 시작'이라고 선수들의 몸 만들기를 주문했다. 그는 오 사다하루 감독의 '외다리타법' 전수자답게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다. 오직 훈련에 훈련만이 살길이라는 꼿꼿한 의지로 초지일관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라는 5억 불짜리 선수가 있다. 필자가 LA다저스에서 연수를 하던 시절 그의 아버지 게레로 시니어를 가까이서 보았다. 지금은 부전자전의 신화를 남기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그였지만 당시엔 감기에 걸려 시즌 직전인 3월까지 훈련을 못하고 빌빌거리더니 결국 시범 게임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부상을 당해 시즌을 끝냈다.
올해 삼성라이온즈의 스토브리그 성적은 괜찮은 편이다. 우선 지난해의 전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외국인 투수 후라도, 타자 디아즈와 재계약을 했다. 강민호, 원태인도 잡았다. 특히 강민호는 KBO 사상 최초로 생애 4번째 FA 계약에 성공했다. 구자욱, 이재현, 김영웅이 그대로 있는데 삼성왕조의 '월년스타' 최형우와 NC 박세혁까지 영입했으니 분명 남는 장사다.
이처럼 스토브리그에 잘 대처했으니 이제 삼성의 우승을 위해서는 동계훈련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의 선수시절,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치열한 동계훈련을 했다. 가나안농민학교에도 갔고, 천년고찰 범어사에서 새벽 2시에 일어나 참선과 훈련을 하기도 했다. 영하의 날씨에 해병대에 입소해 무장구보를 하고 얼음을 깨고 잠수를 했다.
한번은 얼음을 깨고 들어간 마무리 투수 권영호 선수가 갑자기 기절을 하는 바람에 큰 소동도 있었다. 당시엔 의료진 대기 같은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시절이라 정말 놀랐고,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덕분에 '목숨을 건 훈련'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얼음 속의 잠수는 설악산 눈 위에서 했던 얼음 마사지와 함께 외신 특히 미국언론에서 큰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올해 삼성의 스토브리그는 포수 자리가 특히 관심을 끌었다. 강민호 선수 덕분이다. 강민호 선수는 출전 자체가 신기록이다. 2천496경기라는 최다출장 기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록의 사나이 강민호가 못 해본 유일한 기록이 하나 있다. 바로 우승이다. FA 계약이 늦어지자 최형우가 "내가 우승시켜 줄테니 빨리 계약하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강민호는 은퇴를 앞둔 노장이니까 그렇다 치고, 삼성이 NC 주전 포수인 박세혁을 영입하자 이병헌과 김재상 선수가 난리가 났다. 이병헌은 수비형, 김재상은 공격형 포수다. 서로가 포스트 강민호를 노리고 있는데 박세혁이 오니 사정이 달라졌다. 당장 이병헌은 미국으로, 김재상은 일본으로 훈련을 떠난다는 소문이다. 그것도 자비로. 일종의 과외수업인 셈이다.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21세기 들어 모두 6번의 월드컵 대회가 있었는데, 그해의 프로야구는 반드시 삼성라이온즈가 우승을 했다는 얘기다.
믿기 힘들어 확인을 해보니 실제로 삼성라이온즈를 제외한 프로야구 우승팀은 SSG가 유일하다. 내년은 LA에서 월드컵이 있다. 징크스대로 삼성라이온즈가 우승할 수 있을까? 몹시 기대가 된다.
2026년, 벌써 기지개를 켜는 사자들의 우렁찬 소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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