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 낙산리 카페 앞 순례길 코스서 7.5·15km로 진행
참가 60명 제한, 참가비 무료·상금 마련해 운영
지난 24일 오전 '2026 라이트하우스 카페 트레일 러닝 레이스'에 참가한 선수들이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 출발선에서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라이트하우스 카페 제공>
영하 10°C의 혹한이 엄습한 지난 24일 새벽 5시.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에 있는 '라이트하우스 카페'에 런닝복 차림의 손님 50 여명으로 붐볐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은 이날 열리는 '2026 라이트하우스카페 트레일 러닝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트레일 러닝'은 '자연속 숲길을 달리는 운동'으로, 운동과 힐링을 함께 맛볼 수 있지만 마라톤이나 달리기 보다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트레일 러닝으로 옮기는 게 대세이기도 하다.
올해 첫 대회를 주최한 주인공은 라이트하우스 카페를 운영하는 이민국 대표(46). 5년 전 낙동강과 가깝고 대구·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가실성당에서 한티 성지로 가는 순례길 초입에 카페를 지었다. 평소 철인 3종 경기를 즐기는 이 대표는 한국 천주교 박해라는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이 코스에서 트레일 러닝은 물론, 트레일을 즐기는 분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카페 이름도 보급소를 의미하는 라이트하우스(등대)로 지었다. 카페 바로 앞에 위치한 순례길 코스를 달리다 보니 혼자 즐기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다면 칠곡군에는 경북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1월 중순에 인스타그램에 대회 참가 모집 공고를 내자 6시간 만에 무려 1만 여명이 접속했다. 유럽의 대회처럼 참가 인원을 60명으로 제한했다. 첫 대회이니 만큼 내실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사재를 털어 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참가비를 포함해 모두 무료지만 상금도 걸었다. 빵과 음료, 음식 등을 넉넉히 제공했다. 출발 전·후에 카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국내외 대회를 두루 섭렵한 이 대표의 노하우가 반영됐다. 또 대회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보험도 들었다. 인근에 있는 산울림 병원에서도 힘을 보탰다. 이다인 병원장(신경과 전문의)이 의료 인력과 함께 대회 내내 현장을 지키면서 안전을 책임졌다.
참가 선수 중 최고령인 이모씨(73·대구시 수성구 지산동)는 "코스만 잘 다듬으면 경북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품은 최고의 대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번 대회 코스가 숲길과 오르막 지형이 절묘하게 연결돼 있어서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면서 "세계 최고의 트레일 러닝 대회로 키워나가겠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날 대회는 15km와 7.5km로 나눠서 치러졌다. 15km 남자 부문에서 김종찬 선수(창원)가 1시간 29분 53초, 여자 부문에서 이순연 선수(구미)가 1시간 42분 35초로 각각 우승했다. 7.5km 남자 부문에서 장제범 선수(대구)가 50분 6초, 여자 부문에서 신유민 선수(대구)가 1시간 11분 46초로 각각 1위에 올랐다.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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