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구 종말 시계(The Doomsday Clock)'가 역사상 가장 멸망에 근접한 시간을 가리켰다.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최근 지구 종말 시계를 자정 85초 전으로 앞당겼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4초 더 짧아진 것으로, 역사상 자정에 가장 근접한 시점이다. 인류가 직면한 위기가 한층 심화됐다는 의미다. 이 시계는 실제 지구 멸망을 예고하는 게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위험에 대한 경고용 지표다. 지난 1947년 고안됐으며, 비영리단체인 BAS가 이를 관리한다.
BAS는 역대급 위기의 근거로 핵무기 사용 위험 증가, 기후변화 대응 실패, 인공지능(AI)의 무분별한 확산을 내세웠다. 역대급 지구촌 위기는 득세하고 있는 권위주의 성향의 지도자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물론, 시진핑 중국 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두 '스트롱맨'이다. 이들로 인해 강대국간의 군사적 긴장과 함께 핵무기 경쟁이 다시 불거질 우려가 크다. 트럼프는 재집권 이후 기후변화 대응 기구에서 모두 탈퇴, 세계적인 탄소감축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트럼프의 좌충우돌식 행보는 세계를 불확실성의 수렁으로 몰아넣으며, 인류를 생존 위기로 내몰고 있다.
AI도 위협적인 존재이다. 국제협력 체계의 고리가 느슨해진 상황에서 AI가 허위 정보를 증폭시킨다면, 이를 제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인류가 가장 안전했던 해는 핵무기 감축 조약을 체결한 1991년으로, 자정 17분 전이었다. 냉전 종식 이후 세계는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인류 생존 위기는 한층 심화됐다는 역설적인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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