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자금 관여 전혀 없어
가압류 임시 조치, 책임 확정과는 거리 멀어
달성 주민들 “정치 아닌 인간의 신의로 봐야”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자리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전경. 베이지색 석재 외벽의 2층 주택과 넓은 정원이 어우러져 있다. 강승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 이후 머물러 온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가 가압류되면서, 조용하던 전직 대통령의 일상이 다시 법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본질은 박 전 대통령 개인 채무 문제가 아니라, 사저 마련 과정에서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짊어졌던 금전 약속의 이행 시점을 둘러싼 분쟁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소 다르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와 김세의 대표가 제기한 대여금 채권 10억원에 대해 사저 가압류 결정을 내렸다. 이는 채권 보전을 위한 임시 조치다. 법적 책임이 확정됐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압류는 향후 강제집행에 대비한 절차일 뿐, 본안 판단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달성 사저는 2022년 유 의원이 주도해 마련됐다. 당시 유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안정을 찾을 공간이 필요하다"며 "개인 신용을 걸고 자금을 조달했고, 가세연 측 도움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이후 출판 인지세 등으로 변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자금 흐름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유 의원은 전했다. 법조계는 "명의와 실질 채무 주체가 분리된 구조"라며 "책임 소재는 본안에서 다퉈질 문제"라고 판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달성 사저 입구로 이어지는 계단. 짙은 회색 석재로 마감된 벽면과 계단이 단정한 분위기를 이루며, 금속 난간과 낮은 조경수가 어우러져 있다. 강승규 기자
유 의원 결정에 대해선 정치적 계산보다 인간적 신의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적잖다. 사면 직후 거처가 마땅치 않던 전직 대통령을 위해 앞장섰고, 지역사회는 이를 귀향을 잇는 가교로 받아들였다. 달성 주민들 사이에선 "정치 공방이 아니라 사람의 도리를 지킨 일"이라며 사저가 또다시 분쟁의 무대가 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태를 전직 대통령의 도덕성 문제로 연결 짓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많다. 약속 이행의 시차에서 비롯된 법적 다툼이 정치적 상징 공간을 겨냥한 압박처럼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가압류만으로 책임을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실질 관계는 재판 과정에서 가려질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사면 이후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일상을 이어왔다. 달성 사저는 그에게 '치유와 회복의 공간'으로 인식돼 왔다. 유 의원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사저를 둘러싼 논란이 감정적 공방이 아닌 약속 이행의 과정으로 차분히 정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에서 커지는 이유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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