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논설위원
제언 3. 대법원 대구 이전='대법원 대구 이전'은 5년여 전부터 반복한 이슈다. 헌법재판소의 광주 이전도 마찬가지다. 관련 법률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니 불씨가 영 꺼진 건 아니다. 일제강점기 복심법원이 있던 대구는 평양, 서울과 함께 3대 사법 중심지였다. 국채보상운동으로 대표되는 항일민족정신,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민주적 시민의식은 대구정신이자 곧 헌법적 가치다. 대법원 청사가 들어설 만한 가용 부지를 이미 보유한 것도 유리한 조건이다. 대법원을 품을 역사적 명분과 실리를 넉넉히 갖춘 대구다.
법원행정처가 시설 신축 등에 1조원 넘게 든다며 예산 핑계로 대법관 증원에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민주당이 대법원 대구 이전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집권여당이 움직인 건 기회다.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하는데 후속 논의가 없다. 이유가 있다. 이 논의에서 대구시와 국민의힘 TK 정치권이 쏙 빠졌다. 떠먹여줘도 못 먹는 꼴이 한심하다. 장담컨대 대법원 이전은 공공기관 30개 이전보다 낫다. 대법원이 움직이면 대검찰청(공소청)은 물론 윤리감사실, 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법원공무원교육원, 법원도서관, 사법정책연구원, 소속 위원회 모두 따라온다. 감사원, 선관위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10대 대형 로펌 분소도 무조건 생긴다. 변호사의 30% 가까이 몰린 서초구 변호사들의 '향(向)대구 디아스포라' 행렬을 상상해 보라. 대구 위상의 질적 고양은 의심의 여지 없다. 막강한 법 권력 카르텔과 거대한 법조 시장 대이동의 파급 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다. 대법원 이전은 권력 지도의 재편을 뜻한다. 서울은 경제수도, 세종 행정수도, 부산 해양 수도, 대구와 광주는 사법 수도로서의 위상을 갖게 된다. 이 정도면 권력의 국토 균형이 완성되는 셈이다.
제언 4. '경북, 전력자급률 1위'의 가치=지난해 1~7월 기준 경북의 전력자급률은 262.6%다. 단연 1위다. 서울의 35배, 꼴찌 대전의 79배다. 국내 원전의 절반 13기가 몰려 있다. 에너지 천국이다. 미래는 AI시대다. AI는 전기를 먹고 자란다. 전기가 가장 큰 자산이고 절대 무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구·경북에 더 희망적 반전이 기다린다. 다가올 변화를 요약하면 '지산지소(地産地消)'로의 전환이다. '지역생산, 지역소비'를 뜻한다. 이게 '지역생산 에너지, 지역 산업 소비'로 연결되고 다시 '에너지 생산 지역에 첨단 신산업 배치' 전략으로 이어진다. 10% 이하인 수도권 전력자급률로는 거대한 AI클러스트를 돌릴 방도가 없다. "초인공지능시대, 한국의 결정적 약점은 에너지다." 일본 최대 갑부 손정의 회장의 충고는 이 지점을 말한 거다. 잉여전력·재생에너지·대규모 부지·풍부한 용수가 결합할 때 AI산업의 경쟁력이 살아난다. 전력·데이터센터·네트워크를 별개의 산업이 아닌 단일 체계로 다루는 국가전략이 요구된다. 바로 '지산지소'다. 그저께 대기업들이 5년간 300조 원 '지방투자'를 약속할 때 대통령이 "수도권은 전력 등 에너지와 용수를 구하기 어려워 경쟁력 측면에서 저해요인이 많다"며 독려한 이유다. 이제 보라. 300조원은 에너지망을 따라 이동할 것이다.
전 세계가 나선 AI 경쟁에서 전력자급률 만년 1위 경북의 미래는 밝다. 감 떨어지길 누워 기다려선 안 된다. 이 흐름에 대구경북은 '들러리'가 아닌 '주인공'이다. 특히 구미는 반도체산업 탈(脫)수도권 전략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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