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시 마성면 신현1리 황범호 이장. <강남진 기자>
37년간 경찰공무원으로 봉직하며 지역 치안의 최일선을 지켜온 인물이 제복을 벗은 뒤 고향 마을의 이장으로 인생 2막을 멋지게 펼치고 있다. 문경시 마성면 신현1리 황범호 이장의 이야기다.
황 이장은 경찰 재직 시절 지역 파출소와 지구대 등 현장 치안 부서를 중심으로 근무하며, 주민 생활과 맞닿은 생활안전·민원 대응·사건 처리를 두루 경험해 왔다. 단순한 단속과 수사를 넘어, 마을의 갈등을 조정하고 위기 상황에서 주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으며 '사람을 이해하는 치안'의 중요성을 체득했다. 이러한 경험은 퇴직 후 마을 리더로서의 행보에 그대로 이어졌다.
고향으로 돌아온 황 이장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던 신현1리의 현실을 마주했다. 경찰 시절 쌓아온 현장 분석과 문제 해결 방식을 마을에 적용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보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치안 철학은 곧 '사람이 머무는 마을'이라는 해법으로 구체화됐다.
그 결실이 바로 소규모마을 활성화사업이다. 사업을 통해 신현1리에는 방문객이 체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주민·관광객이 함께 이용하는 마을 로컬식당이 마련됐다. 숙박과 식사를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며, 마을은 '지나가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황범호 이장은 "경찰로 근무하며 지역이 쇠퇴하면 범죄와 불안도 함께 늘어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마을을 지키는 일은 치안만으로는 부족하고, 사람이 떠나지 않도록 생활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스트하우스와 로컬식당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동체의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업은 기획 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폭넓게 반영해 마을 주도형 운영을 전제로 설계됐다. 이는 경찰 시절 갈등 조정과 합의를 이끌어내던 황 이장의 경험이 녹아든 부분으로,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다.
황 이장은 "신현1리의 작은 변화가 다른 소규모마을에도 용기와 아이디어가 되길 바란다"며 "제복을 입고 지역을 지켰던 시간만큼, 이제는 이장으로서 마을의 미래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치안을 책임지던 공직자에서, 마을의 삶을 설계하는 이장으로. 황범호 이장이 이끄는 신현1리는 오늘도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강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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