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고현 세미나서 “10% 넘는 증원, 수련 체계가 감당 못 해”
일본은 1~8% 점진 조정…한·일 의사 양성 속도 정면 대비
재택의료 교류 자리서 인력 정책 논쟁으로 확전
일본에서 진행된 한·일 의료 교류 일정 중 참석자들이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 홍보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구시의사회 제공>
대구시의사회가 재택의료와 고령사회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자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의 의대 정원 재추진이 뜻밖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특히 양국의 의료 경험을 공유하려 마련된 세미나에서 일본 의사들은 "한국식 대규모 증원은 교육 체계가 감당하기 어렵다"며 우려의 뜻을 표했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8일 일본 효고현보험의협회에서 열린 세미나는 대구시의사회가 일본의 재택의료 운영과 지역 의료 협력 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마련한 해외 교류 일정의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토론의 핵심사안은 자연스레 한국의 의대 정원 정책으로 옮겨갔다. 니시야마 히로야스 효고현보험의협회장은 "일본은 의사 수 조정이 필요할 때도 1% 안팎의 미세한 증감을 반복해 왔다"며 "한국처럼 10%를 넘는 확대는 교육 현장이 버티기 어렵고, 결국 젊은 의사의 역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원 조정의 출발점은 사회적 요구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의 수용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측 참석자들도 이같은 발언에 공감했다.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의사 증원은 현실적으로 교육 가능한 범위 안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준비없는 확대는 의료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김대현 계명대 동산의료원 교수도 "재택의료와 주치의 제도 같은 전달체계 개편과 인력 정책이 함께 맞물려야 효과가 난다"며 숫자 중심 접근의 한계를 짚었다.
민복기 (오른쪽) 대구시의사회장이 일본 교류 행사에서 이광희 재일한국의사회장에게 명예회원증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구시의사회 제공>
사실 이 같은 논의는 전날(7일) 고베시의사회관 세미나에서 어느정도 예고됐다. 대구시의사회 방문단이 일본의 지역포괄지원센터와 방문간호 현장을 둘러본 뒤 열린 토론에서, 호리모토 히토시 고베시의사회장은 "일본도 고령화와 지방 의료 공백에 직면했지만 정부와 의사단체가 협의해 연 8% 이내에서만 정원을 조정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처럼 한 해 18%(500명 증원 감안)를 한꺼번에 늘리는 방식은 일본에선 상상하기 어렵다"며 "의사 양성의 기준은 강의실이 아니라 병상과 지도 전문의, 수련 체계의 여력"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의료계가 걸어온 경로는 한국과 다소 결이 달랐다. 일본은 인력 부족에 대응하면서도 증원 폭을 세밀하게 관리했다. 재택의료와 지역포괄지원센터 같은 구조 개편을 병행했다. 의사 수 확대를 개혁의 출발점이 아니라 마지막 단계로 본 것. 반면 국내에선 속도와 규모에 치중해, 의료교육 현장의 준비가 뒤로 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세미나를 주관한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AI바이오메디시티대구협의회장)은 "이번 방일 목적은 일본의 고령사회 대응과 재택의료 경험을 배우기 위한 것이지만 의사 양성 문제도 중요한 공통 과제임을 확인했다"며 "교육 역량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사회적 합의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