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1시쯤 포항 고석사에 낮달이 하늘에 떠있다. 강명주 시민기자
설날을 보름 남짓 앞둔 섣달 보름날인 지난 2일 오후 1시쯤, 포항 천년고찰 고석사 하늘에 낮달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한파가 이어지던 겨울이었지만, 하늘은 유난히 맑고 투명했다. 차가운 공기가 불필요한 것을 모두 밀어낸 듯, 청명한 하늘 한가운데 낮달은 고요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달은 밤에만 떠 있는 존재라는 인식과 달리, 낮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태양빛을 반사하는 달은 태양과의 각도와 대기의 상태가 맞으면 대낮에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습도가 낮고 시야가 맑아 낮달을 만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다. 이날 고석사 하늘의 낮달 역시 그런 겨울 환경 속에서 윤곽이 또렷했다.
천년의 시간을 품은 고석사의 풍경은 낮달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든다. 잎을 모두 떨어뜨린 겨울 숲과 검푸른 기와지붕, 그 위에 머문 낮달은 풍경을 압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밤하늘의 달이 어둠 속에서 빛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낮달은 햇살과 나란히 머물며 고요함을 더한다.
섣달 보름날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이 깊어지는 시기다. 달력을 넘기며 실감하던 시간이, 이날만큼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로 다가온다. 설을 기다리는 마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 낮 하늘에 걸린 달은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시간을 동시에 비추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이날의 달빛은 더욱 차분하고 담담하게 느껴졌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풍경이지만, 천년고찰에서 만난 섣달 보름날의 낮달은 잠시 걸음을 멈추게 했다. 설을 기다리는 달빛은 말없이 그 자리에 머물며, 겨울의 끝자락과 새해의 문턱을 조용히 이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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