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이미정(왼쪽)씨와 팬클럽 '사미인극' 창단식 행사 모습. <이미정씨 제공>
대구 연극계에 이례적인 움직임이 생겼다. 연극배우 이미정 씨를 중심으로 한 팬클럽이 처음으로 꾸려진 것이다. 이름은 '사미인극'으로, '미정과 사람, 그리고 연극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씨가 연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어린 시절이다. 아버지 손을 잡고 극장을 찾는 일이 잦았고, 그때마다 무대 위 배우들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마음을 빼앗겼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무대에 발을 들였고, 그 선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배우로 활동하는 동시에 극단을 운영하며 대표 역할도 맡았다. 연출과 행정까지 책임지며 연극 현장을 이끌었다. 2025년부터는 프리랜서로 전향해 연극과 단편영화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팬클럽을 창단하게 된 배경에는 극단 대표 시절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연극은 이른바 '마니아 문화'에 가까워 누군가 초대하면 혼자보다는 지인이나 친구와 함께 극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100명을 초대하면 실제로는 200명 가까이 모이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특성이 연극 활성화의 가능성이라고 봤고, 대구 연극계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팬클럽 창단으로 이어졌다.
연극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현실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이씨 역시 "연극 수업이나 연출 강연 제안이 종종 들어오면서 숨통이 트였다"고 말한다.
호기심이 많고 쉽게 싫증을 느끼는 성격 탓에 무대 위 연기뿐 아니라 음향, 조명, 의상 등 연극 제작에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를 직접 경험했다.
20년에 가까운 배우 생활 중 가장 잊히지 않는 무대는 차범석 작가의 작품 '산불'이다.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으로, 공연 당시 이씨는 임신 중이었다. 무대 위에서 태동을 느꼈고, 출산 다음 날 바로 광주로 내려가 공연을 올렸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처음 장기 공연에 도전한 '하녀들' 역시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작품들이다.
앞으로의 바람도 분명히 밝혔다. 크고 욕심나는 배역보다 규모는 작더라도 불러주는 무대에 성실히 서고 싶다는 것이다. 선배 배우와 후배 배우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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