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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천일영화] 변한 것은 집일까 마음일까, ‘만약에 우리’

2026-02-12 06:00
윤성은 영화평론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2025년의 마지막 날 개봉한 '만약에 우리'(감독 김도영)가 2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멜로드라마 장르에서는 기념비적인 영화가 됐다. 지난 몇 년간 일본이나 대만의 로맨스 영화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은 적은 있지만, 한국 멜로드라마가 이만큼 흥행한 것은 무척 오랜만이다. '만약에 우리'에는 판타지는 물론 대단히 특별하고 극적인 연애담도 없다. 대신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현실과 연애 사이의 인력과 척력을 담백하게 담아냄으로써 전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대학생 '은호'(구교환)는 고향 가는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정원'(문가영)에게 첫 눈에 호감을 느낀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감정을 쌓아가던 두 사람은 정원이 남자친구와 잠시 헤어지는 사건을 계기로 은호의 자취방에 함께 살게 되고, 정원이 남자친구와 완전히 헤어지던 날 첫 키스를 하며 사귀게 된다. 낡은 소파 하나만 있어도 마냥 즐거운 어린 연인에게는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들도 곧 현실에 직면하게 되는데, 두 사람은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선택한 직장 생활과 멀어진 꿈 사이에서 방황하며 다투는 날이 많아진다. 결정적으로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 때문에 반지하로 이사한 은호와 정원은 서로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현실을 깨닫고 이별을 받아들인다.


'만약에 우리'의 기시감은 '건축학 개론'(감독 이용주)에서 찾을 수 있다. 주인공들의 현재 직업이 건축사라는 공통점, 즉 두 영화에 공히 깔려 있는 인물들의 집에 대한 태도 때문이다. '건축학개론'의 '서연'(수지)과 '만약에 우리'의 정원은 각각 '승민'(이제훈)과 은호에게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계획 혹은 열망을 늘어놓는다. 심지어 서연은 제주도의 집을 리모델링해달라는 명분으로 10년 전 첫사랑이었던 승민을 찾아간다. 대학 시절 두 사람이 멀어지게 된 데에는 여러 오해가 있었지만, 승민과 같은 동네에 살던 서연이 강남으로 이사를 간 일도 부인하기 어려운 도화선이었다. 한편 보육원에서 자란 정원은 부잣집 남자친구의 어머니에게 무시를 당한 뒤, 문득 고시원에서 한 줌 햇빛 밖에 보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고 큰 창 가득 햇살이 들어오는 은호의 방으로 들어간다. 물론, "이거 너 다 가져"라고 말하는 은호의 사랑이 더 중요한 이유였지만 아늑하고 쾌적한 공간이 두 사람의 감정을 키웠음은 분명하다. 훗날 그들이 이사한 어두침침한 반지하에는 사라진 빛만큼의 근심과 의심이 들어찬다.


모든 영화에서 집은 곧 주인의 계급을 의미한다. 그러나 멜로드라마에서 집이라는 공간은 갈등의 근원과 이별의 빌미를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의미심장하다. 만약 은호와 정원이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친구의 집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몇 주 정도 더 반지하방을 함께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은호가 열패감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고 꿈에 집중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 정원과의 이별이라는 사실은 씁쓸하다. 반대로, 자신이 꿈꾸던 멋진 사무실에 앉아 있는 현재의 정원에게 '만약에 우리'라는 가정은 불편할지 모른다. 그만큼 20대의 정원은 은호에게 실망했고 지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이별이 아름답게 포장될 수 있었던 것은 정원의 대사 때문이다. "그 때 내 집이 되어줘서 고마워"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들에게 간절했던 것이 마음의 집이었을 때 둘은 함께 했고, 물리적 집이 절실해졌을 때 둘은 헤어졌다. 변한 것이 마음이었든 집이었든, 더 중요한 사실은 사랑도 이별도 필연이었다는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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