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저께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2027학년도부터 5년간 총 3천342명을 증원하고, 이들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해 졸업 후 10년간 지역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지역의사제 도입 자체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한다. 지방, 특히 농어촌의 응급·분만·소아과 등 필수 의료 공백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 접근성 격차는 국민 건강권의 문제이며, 국가가 제도적으로 개입해야 할 영역이다. 지역의사제를 통해 지방 의료의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지역의사제 도입만으로 열악한 지방의 의료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 의료 현장의 우려처럼 의사 숫자 보다 중요한 것은 전공 선택 구조와 근무 환경이다. 응급·중증·필수 진료 분야를 기피하는 구조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인력만 늘린다고 지역 의료 현장의 체질은 바뀌지 않는다. 이런 구조하에서는 10년 의무 복무 기간이 지나면 지역에 정착하지 않고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에서 전문성을 유지하고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환경, 그리고 합당한 보상과 생활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10년 복무 후 떠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필수 의료 등에 대한 낮은 수가와 과도한 법적 책임 등의 문제점도 개선되지 않으면 지역의사제 도입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지역의사제가 성공하려면 '강제'가 아닌 '안착'의 전략이 필요하다. 교육·수련 인프라 확충, 지역 근무에 대한 실질적 인센티브 제공, 필수 의료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제도 개선이 함께 추진될 때 비로소 지역의사제는 제도의 이름값을 하게 될 것이다.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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