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우재준 의원, 장관들 앞에서 전임 정부 정책 계승 ‘소신 발언’
여야 대치 정국 뚫고 ‘협치’ 물꼬… 박근혜표 정책 계승 제안
청년 창업 생태계 단절 우려 제기… 김민석 총리 “적극 검토” 화답
국민의힘 우재준 중앙청년위원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청년정책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싸우는 동안 민생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청년 문제만큼은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청년정책 관계장관회의'. 김민석 국무총리가 주재하고 각 부처 장·차관이 모인 이 자리에 낯선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야당인 국민의힘 우재준(대구 북구갑) 의원이다.
우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의 중앙청년위원장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야당 의원이 정부의 공식 장관회의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은 것은 이재명 정부 수립 이후 사실상 최초의 일이다.
특히 회의에서 우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상징적 정책인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활성화를 이재명 정부에 제안하고, 1988년생 미혼 남성으로서 '저출산'이 아닌 '저혼인'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해 회의장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평가다. 이에 영남일보는 우 의원에게 이야기와 이에 대한 후일담을 들었다.
▲ 야당 의원이 정부 주재 장관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
"지난 예결위 때 김민석 국무총리가 청년 문제를 이야기하며 '꼭 한번 불러서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가지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준 것이다. 국회에 있다 보면 늘 정쟁 속에 갇혀 산다. 하지만 가끔 친구들을 만나거나 기사를 보면, 우리가 싸우는 동안 고용률은 제자리이고 쉬는 청년은 늘어나는 등 민생은 참 어려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지방은 더 심각하다. 정치인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청년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의 정쟁을 넘어 더 나은 대안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다."
▲ 당시 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언급한 발언이 화제가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안을 했나.
"이재명 정부가 청년 창업에 관심을 보이는 점을 개인적으로 반갑게 생각한다. 그래서 제안했다. 이전 정부 중 청년 창업에 가장 관심을 가졌던 정부는 박근혜 정부였다. 당시 '창조경제'라는 기치 아래 전국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었다. 그런데 정부가 바뀌고 나니 주목도와 예산이 계속 줄어들었다. 특정 이전 정부의 색채가 강한 정책이다 보니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청년정책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모경종 전국청년위원장, 김 총리, 국민의힘 우재준 중앙청년위원장. 연합뉴스
▲ 실제 현장에서 본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는 어떠했나.
"최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보고 놀랐다. 정부의 관심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매년 300개 이상의 기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있었고, 그중에는 기업가치가 1천억원이 넘는 곳도 나왔다. 미국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기업만 70곳을 배출했다. 지방에서는 이미 창업 생태계의 핵심 허브로 기능하고 있었다. 그래서 총리와 관계 부처에 말씀드린 것이다. 정확히는 '이재명 정부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유연함 아니냐. 전임 정부에서 했더라도 괜찮은 정책이면 이어가는 것이 장점이라면,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노하우를 현 정부의 청년 창업 정책에 적극적으로 접목해 달라'고 요청했다."
▲ 개인적 경험을 들어 저출산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는데.
"제가 1988년생이다. 만으로 서른일곱, 곧 서른여덟이 되는 소위 '노총각'이다. 그런데 제 또래 1988년생 남성 중 결혼한 비율이 52%밖에 안 된다는 기사를 봤다. 절반이 결혼을 안 하거나 못하고 있는 거다. 정부는 출산율 저하를 걱정하지만, 사실 혼인율 대비 출산율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왜 아이를 안 낳는가'가 아니라 '왜 결혼을 하지 못하는가'이다. 제 주변을 봐도 결혼한 친구들은 오히려 난임으로 고생할지언정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
▲ 정부의 접근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인가.
"그렇다. 이날 회의 자료를 보니 청년 주거 지원은 있어도 '신혼부부 지원'이나 '혼인 장려'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부족해 보였다. 결혼 단계에서의 경제적 부담, 특히 주거와 결혼식 비용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또 하나는 '문화'다. 곧 설 명절인데, 청년들이 친척들 만나는 걸 왜 부담스러워하겠나. 고부 갈등, 가족 간의 관계를 모두 개인의 영역에만 맡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성평등 문화뿐만 아니라, 부부와 가족 문화가 변화된 사회 환경에 맞게 개선되도록 정부가 나서달라고 여성가족부(성평등가족부) 등에 요청했다."
▲ 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부처의 반응은 어땠나.
"김 총리가 '정부 수립 이후 장관회의에 야당 의원이 와서 발언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용기 있는 참석'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특히 창조경제혁신센터 제안에 대해서는 '이름에 구애받지 말고 사업으로서 의미가 있는 부분은 승계하고 살려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또한 낮은 결혼율 지적에 대해서도 즉석에서 공감을 표하며, 다음 청년정책 관계장관회의 주제를 아예 '혼인율 제고'로 삼아 모든 부처가 대책을 마련해 올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 앞으로 각오는.
"김 총리가 앞으로도 분기별로 열리는 회의에 꼭 참석해 달라고 제안했는데, 참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야당 의원으로서 정부를 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의 현실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수 있다면 언제든 머리를 맞댈 준비가 되어 있다. 이번 회의가 협치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