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과 술 마시다 말다툼 살해
현장 술안주 유통경로 한달여간 추적
오리무중 살인범 끝내 체포 자백 받아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살인사건이 자칫 미궁으로 빠질 뻔 했으나, 현장에 떨어져 있던 작은 단서를 통해 끈질기게 추적한 경찰에 의해 한달여만에 해결됐다.
대구수성경찰서는 21일 함께 술을 마시다가 말다툼 도중 상대방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최모씨(49)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최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 등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2시쯤 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동 S장어 앞 신천둔치에서 김모씨(59)와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50대 남자 1명 등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50대 남자가 김씨에게 나이와 직업 등을 묻다가 서로 시비가 돼 몸싸움을 벌이는 것을 말리던 중, 김씨가 "다 한 편이네"라며 자신에게 달려드는데 격분, 흉기로 김씨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숨진 현장에 남겨진 술안주 가운데 C사 버섯과 망사에 쌓인 H사 수육을 발견한 뒤 이 두 식품의 유통경로를 추적한 결과, 사건 당시에는 경산시내 한 대형 마트에서만 판매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지난달 15일부터 범행하루전까지의 영수증 30여만매에 대한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결국 지난달 20일 밤 10시12분쯤 버섯과 수육을 한꺼번에 구입한 영수증을 찾아냈다.
그러나 두 식품을 구매한 사람이 현금으로 결제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경찰수사는 멈칫했다. 경찰은 다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품을 구매하면서 포인트카드로 점수를 적립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포인트카드를 확인, 구매자의 인적사항과 가족관계를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구매자의 아버지인 최씨가 사건현장 부근에 살면서 가끔 신천둔치에서 다른 사람과 술을 마시고 시비가 돼 싸움을 한다는 사실과 탐문수사를 통해 사건 발생 당시 최씨와 숨진 김씨 등이 목공일이나 실내 장식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최씨가 폭력전과가 많다는 점과 '소파수리 명목으로 20만원을 편취'해 지명수배된 점으로 미뤄 최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임의동행해 조사를 벌여 결국 자백을 받아냈다.
수성서 관계자는 "사건현장의 작은 유류품도 지나치지 않고 50여명의 경찰이 한달여동안 끈질기게 매달린 덕분에 해결됐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지방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수성경찰서 강력1팀 홍성웅 경장(37)을 1계급 특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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