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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강추! 이 영화] 세브란스

2007-11-09

무서워서 울다가 기막혀서 웃는다? 공포·웃음 버무린 '스플래터 무비'의 진수

[강추! 이 영화] 세브란스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 '스파이더맨'의 샘 레이미 등 세계적인 거장감독들의 영화 데뷔 초기작들은 '데드 얼라이브' '이블데드'시리즈 같은 '스플래터 무비'(피가 튀고 온 사지가 잘려나가는 잔혹함 속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형식)라는 공통점이 있다.

잔혹하고 서스펜스 가득한 공포에 개성있는 유머로 이를 기상천외하게 비틀 수 있다는 점에서 스플래터 무비는 재능있는 신인감독들이 한번쯤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로 간주됐다. 국내에선 그 강도는 약하지만 이를 표방한 '달콤살벌한 연인'이 영화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잔인함'과 '웃음'이라는 상극 요소를 절묘하게 조화시켰다는 점에서 여름용으로 치부되는 이 장르의 영화가 때늦은 늦가을 국내 팬들을 찾아왔다. 지난해 공포물 '크립'으로 국내 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크리스토퍼 스미스 감독의 차기작 '세브란스'다. 이 작품은 감독의 장기인 공포는 물론, 예측불허의 기상천외한 유머가 러닝타임 내내 개성있게 펼쳐진다.

세계적인 무기판매회사 '팔리세이드 디펜스'의 유럽판매부서는 높은 판매실적을 인정받아 헝가리의 초호화 산장으로 워크숍 겸 포상휴가를 떠난다. 그러나 가던 길이 장애물로 막히자 직원들을 태우고 가던 헝가리 운전기사는 냉정하게 그들을 놔두고 가버린다. 이에 융통성 없는 리차드 부장(팀 맥이너니)은 다시 호텔로 돌아가자는 부하직원들의 제안을 무시한 채, 무작정 산장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초호화급이라는 사장의 말과는 달리, 산장의 모습은 폐허직전. 그들은 그곳 지하실에서 오래 전 팔리세이드 직원 명부를 발견하게 되고, 자신들이 알고 있던 회사에 대한 공포스러운 비밀을 재미삼아 하나씩 털어놓기 시작한다.

영화는 스플래터 무비가 그러하듯 고립된 산 속에서 2박3일간의 사투를 벌인 주인공들이 대부분 잔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빠른 템포로 그려간다. 크리스토퍼 스미스 감독의 장기는 밀실 공포다. 전작 '크립'의 지하철에 이어 이번 작품에선 숲 속에 고립된 산장을 그 무대로 삼았다. 그리고 제한된 공간 내에서 선혈이 사방에 튀는 잔혹한 공포에, 장르를 비트는 기발한 유머까지 얹어 놓는다. 때문에 잔인한 영상과 상황을 즐길 줄 아는 관객이라면 영화가 곳곳에 마련해 놓은 유머장치를 발견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할 듯 하다.

스플래터 무비임을 강조하는 영화는 시작부터 잔인한 호러 파티를 시작한다. 이 과정은 주인공들이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고스란히 현실로 되돌아오는 상황으로 귀결된다. 하나 둘씩 잘려나가는 주인공들의 다리와 목, 장기들은 비위가 약한 관객들이라면 절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지만 영화는 단순히 잔인함만을 역설하지는 않는다.

'세브란스'의 매력이라면 제 아무리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더라도 눈 가려가면서 웃게 만드는 독특한 장치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는 점.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극도의 긴장을 이완시켜주며 불편하기만한 공포영화가 아님을 보여준다. "총 내려놓지 않으면 너희들 불알을 터뜨려 버리겠어"라는 식의 유머 대사라든가, 잘려진 다리를 냉장고에 구겨넣다시피 하는 장면은 엽기적이지만, 실소가 절로 나온다. 무엇보다 압권은 심각한 순간에 흘러 나오는 음악이다. 처절하게 잔인한 장면 위로 생뚱맞게 화사하고 경쾌한 왈츠 곡이 흘러 나오니 웃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다.

영화는 세계 3대 판타스틱영화제로 꼽히는 판타스포르토영화제서 각본상을, 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극한의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터지는 진정한 웃음을 느껴보고 싶다면 강추다. 참, 영화 제목인 '세브란스'는 '절단' '분리'라는 의미외에 '해고'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강추! 이 영화] 세브란스
[강추! 이 영화] 세브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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