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CEO아카데미…문희갑 전 시장 강연
문희갑 전 대구시장이 12일 오후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영일CEO 아카데미에 초빙돼 특강을 하고 있다. |
12일 오후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영일CEO 아카데미 특강에 초빙된 문희갑 전 대구시장은 70대 나이(37년생)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건강미를 과시했다. 그는 최근 에베레스트 중턱까지 올라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문 전 시장은 이날 특강을 통해 대구와 국가를 바라보는 여러 소회들을 털어놨다. 시민들의 역사 및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는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고, 전직 대구시장으로서 대구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잘 살게 됐다고 5대양 6대주를 돌아다니며 (돈을) 물쓰듯 합니까.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거저 된 것이 아닌데, 그런 노력과 역사들이 지금의 세대에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문 전 시장은 "(우리나라가) 2차대전후 110여개 후진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어렵게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며 "비싼 골프채와 화장품이 제일 많은 나라인데, 이래서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홍콩 출신의 액션배우 주윤발이 전 재산의 99%를 기부한 사실을 적시하기도 했다.
문 전 시장은 그러면서 자신의 공직생활 중 가장 보람있었던 것은 토지공개념을 밀어붙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80년대 경제기획원 차관과 대통령 경제수석으로 재직했다. 89년 당시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 환수법, 토지초과이득세를 골자로 한 토지공개념을 제창하고, 정치권과 논란끝에 성사시켰다.
"1989년 토지로 얻는 불로소득이 대한민국 전체 봉급생활자 소득의 1.4배에 달했다. 땅은 신이 준 것으로 유한한데, 이것으로 불로소득을 창출하고 가만히 앉아 돈을 번다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문 전 시장은 대구의 미래에 대해서도 시장 재직시절 내걸고 추진했던 시정 철학을 여전히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짓고 있는 초고층 아파트는 미래에는 다 허물어야 한다. 이것은 불편한 진실이다"며 "대구는 장방형 도시로,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도시로 건설될 수 있는데 이상하게도 동화천 같은 생태하천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시장 재직시절 나무심기에 몰두했고, 도심에 2·28중앙공원같은 기념비적 시설을 만들었다.
과거 구상했던 시정 일화도 소개했다. 대구상고와 대구사대부고를 옮기고, 도심 공원과 함께 시청사를 건립하려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는 것. 또 연초제조창(KT&G) 부지는 경상감영공원을 복원하려고 구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전 시장은 또 "대구스타디움은 올림픽을 전제로 지은 것"이라며 "언젠가는 대구도 올림픽을 유치할 것이고, 이때 대구스타디움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전환도 촉구했다. 그는 "코오롱 야외음악당이나 삼성의 대구 오페라하우스는 어쨌든 기업이 건립한 것이고, 이에 대해 시민들도 고마워할 때 기업에서도 손을 내밀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전 시장은 2002년 시장 퇴임후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올들어 강연 등 외부활동을 시작했다.
문 전 시장은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에베레스트 등반 때 내가 알고 경험한 것들을 그냥 내버려 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달성군 화원읍 출신으로 남평문씨 세거지에 거주하며 대구를 지키고 있다.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다고도 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방부 예산실장을 했고, 12·13대 국회의원을 거쳐 1995년 초대 대구시 민선시장에 취임, 연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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