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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소중한 것은 만들어가는 것

2011-11-02

옷에 따라 사람의 마음가짐과 행동이 달라진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정장을 입고 아무 곳에서나 과격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편한 청바지 차림이라면 또 달라진다. 걸음걸이도 더 자유롭고 행동 또한 거침없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작업할 때는 꼭 작업복을 입어야만 마음의 준비가 된다. 그만큼 작업복이 소중하다는 이야기인데, 이유가 있다.

1993년 일이다. 지인이 옷가게를 열어서 인사차 한 번 들렀는데, 그냥 나올 수가 없어서 가격이 저렴한 청색셔츠를 샀다. 처음에는 이것이 이렇게 질긴 인연이 되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해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그 옷은 그때 같이 독일로 갔다. 유학 중 외출복으로 몇 년을 입었다. 작가는 옷이 유행이 지나거나 아니면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거나하면 대부분 작업복으로 활용하는 재미난 공통점이 있다.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작업복으로 입었는지 모르지만 그 옷은 내가 가장 즐겨입는 옷이 됐다. 이 차림으로 학교에 가서 작업하고 밥 먹고 수업도 들었다. 참 많은 일을 같이 했다. 작업이 잘 풀려도, 잘 안돼서 고민하고 좌절할 때도, 다시 힘을 얻어 붓을 잡았을 때도 항상 같이 했다. 어쩌면 이 작업복은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때, 가장 힘든 때를 같이 한 것이다.

2008년 귀국 전에 독일에서 짐정리를 할 때 거의 모든 옷을 버렸는데, 그 작업복만은 예외였다. 귀국 두 달 후 그림, 기타 짐과 함께 온 작업복을 보니 잠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 깨달았다. 이 작업복을 얼마나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지. 이제는 칼라 부분이 낡아서 속에 있는 얇은 솜이 삐져나오고 소매 끝이 해어져 실땀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팔꿈치 안쪽은 낡아서 천이 찢어지기도 한 그 작업복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다. 가만히 헤아려보니 17년이라는 세월이다. 이제는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세탁 후에 고이 접어 상자에 보관해뒀다.

소중한 것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아끼고 사랑해야 소중한 것이 된다. 누구나 이처럼 소중한 물건이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회용품이 쏟아지고, 쉽게 사고 버리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자신만이 아는, 그 무엇의 소중함을 하나쯤은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김건예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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