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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불어라, 봄바람!

2011-11-28

하늘이 드높았던 가을 초입, 산책을 나섰다. 대구올레 팔공산 1코스인 북지장사에 올랐다가, 불로동 고분군을 한 바퀴 돌고, 도동 측백수림이 있음직한 방향으로 제법 걸었음에도, 측백수림을 지척에 두고 주변을 빙빙 돌기만 하다가 결국 불로천을 따라 돌아 나오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었던 헛헛함을 지닌 채 무심히 걷고 있을 때, 멀리 빨간 지붕의 개집과 그 앞에서 오수를 즐기는 백구 한 마리를 발견했다. 넉넉한 품새로 앉아 졸고 있는 것이 몹시 능청스럽게 보였던 백구도 백구였지만, 행여 가을 햇볕이 따가울까 개집 앞으로 넓은 그늘을 만들고 있는 큰 키의 파라솔을 보는 순간 덤덤하고 무뚝뚝한 주인의 배려가 마음으로 전해져 왔다.

그날 밤 이처럼 작지만 다정한 움직임이 얼마나 근사한 것인지 되뇌어 보게 되었다.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라는 책에 “나눔이란 누군가에게 끝없는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는 구절이 있다. 눈이 많이 쌓이면 먹이를 찾기 위해 내려오는 짐승을 위해 콩이나 빵부스러기를 놓아두고, 밤에 잘 때 물 찾아 개울로 내려오는 이 아이들을 위해 해질녘에 도끼로 얼음을 깨고 물구멍을 만들어 두는 것도, 굳이 말하자면 그분께는 나눠 갖는 큰 기쁨이라고 하셨다. 큰 스님의 기쁨처럼, 백구의 주인도 파라솔을 고정하며 얼마나 흐뭇하고 뿌듯했을까.

“생각이 너그럽고 두터운 사람은 봄바람이 만물을 따뜻하게 기르는 것과 같으니 모든 것이 이를 만나면 살아난다. 생각이 각박하고 냉혹한 사람은 삭북(朔北)의 한설(寒雪)이 모든 것을 얼게 함과 같아서 만물이 이를 만나면 곧 죽게 된다.” 채근담의 이 구절처럼 넉넉한 마음이야말로 모두를 살게 하는 봄바람이다.

세상이 빨라지고, 그 세상의 가치가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사람을 기대하고, 그 마음을 믿는다. 시린 바람이 부는 겨울, 방한복을 입고 목도리를 둘러도 마음이 쓸쓸한 이웃이, 친구가 없는지 잘 살펴보아야겠다.

정유지 <섬유조형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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