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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많은 예산을 투자해 외국의 유명악단 또는 유명 연주자를 초청해서 연주를 들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기교적으로 더욱 더 뛰어나고 완벽해서라기보다는 자기 나라의 정서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 연주로 표현하는 감동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경험한 문화의 차이에 대한 사례를 나누고 싶다. 몇 년 전,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의 국립교향악단 수석객원지휘를 맡아 정기적으로 방문하던 때였다. 이 도시의 중심을 흐르는 오비강이 있는데, 세계에서 강의 길이로는 세계 5위(800㎞)정도다.
하루는 이곳을 지나다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넓은 강 한복판에 신호등이 있었던 것. 너무나 생소해서 그곳 사람에게 연유를 물었더니, 이곳은 겨울이 6개월 이상 지속되다 보니 강이 꽁꽁 얼게 되면, 강위로 자동차가 다닐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호등이 필요했던 것. ‘그럼 얼음이 언제 녹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이곳 사람은 그냥 느낌으로 알 수 있기에 그 시기를 파악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쿠바의 국립오페라단 지휘를 위해 수도 아바나를 찾았을 때였다. 저녁에는 쿠바의 예술인과 자주 식사를 했는데, 가는 식당마다 캄보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 비록 레스토랑에서 연주하는 캄보밴드지만, 연주력이 너무나 뛰어나 매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은 연주자에게 음악을 어떻게 공부했는지 물어보았는데, 모두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체득한 것이었다.
우리가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단지 학습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체득되는 것, 따라서 각자의 문화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음악이란 문화는 그러하다. 다양한 음악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음악이 작곡된 배경이 되는 나라, 도시에 가서 머물면서 생활방식, 기후, 식생활 등의 문화를 느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요즈음, 미디어가 발달되어 굳이 외국에 가서 지내보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어 이런 점들이 큰 의미가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간접경험으로 느끼는 것과 직접적인 경험으로 느끼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준<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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