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11228.010220736360001

영남일보TV

  • 유영하 국회의원 대구시장 출마선언 “대구의 내일을 여는 길, 함께 해주시길...”
  • 경주시 문무대왕면 산불, 재발화 진화… 잔불 정리 지속

[문화산책] 개천에서 용 난다? 아니, 용쓴다!

2011-12-28
[문화산책] 개천에서 용 난다? 아니, 용쓴다!

아마도 2003년쯤 한국에서 전시회가 있어 잠시 방문했을 때였던 것 같다. 잡지책을 하나 구입해 서울의 한 지하철 안에서 뒤적뒤적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에 확 띄는 문구를 하나 발견했다.

광고였는데 잡지의 양쪽면에 걸쳐 있었다. 왼쪽 지면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 오른쪽 지면에는 ‘아니, 개천에서 용쓴다!’였다.

순간 나는 사람들의 눈도 의식하지 않고 혼자서 픽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이 그렇게 자괴적일 수가 없었다. 씁쓸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친구나 동네 어르신, 부모님으로부터 이 말을 간간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이 말이 점점 사라져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시골출신에 지방대를 졸업했다는 것 자체가 어느 순간부터 꼬리표로 따라 다닌다는 생각을 끊을 수가 없었다. 나 스스로가 정말 개천에서 용쓰는 꼴이 돼 버렸다. 2003년 서울에서 개인전이 있었을때 그 말을 다시 절실히 느꼈다.

전시를 오픈해 놓고 전시장을 간간이 지키고 있을 때 사람들이 따문따문 들어왔다. 대부분의 사람은 전시장 입구에서 팸플릿 뒷면부터 뒤적였다. 제일 뒷면은 나의 프로필이 자리하고 있다. 그 프로필을 보고는 바로 팸플릿을 덮고 작품도 보지 않은 채, 전시장을 나가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지방대를 나왔든 아니든, 또는 유학을 했든 안했든, 그런 것보다는 작품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들에게 중요한 건 화려한 프로필이지 결코 작품이 아니었다.

지금 나는 여유롭게 ‘I’m not a paper cup’이라고 쓰여있는 컵에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이 문구 또한 의미심장하다. 사기로 만든 다용도 잔인데, 이 잔 스스로가 ‘I’m not a paper cup’이라고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나 스스로를 뭐라고 주장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나도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년이 용띠해라고 한다. 2012년에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걸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다.
김건예 <화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