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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콘스탄츠로 기억 여행을 떠나보자. 콘스탄츠 여행은 아내가 입원하기로 한 날 이전에 카를스루에로 되돌아오는 것에 일정을 맞춰 이루어졌다. 카를스루에에서 콘스탄츠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내 기억의 기차는 지금 막 슈바르츠 발트를 지나고 있다. 시저가 라인 강 너머 북쪽은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는 야만의 땅이라 정복을 포기했다고 했던가. 그러한 시저의 판단에 걸맞게 독일의 겨울, 특히 독일의 겨울 숲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음습하고 적막하다. 게다가 그 중에서도 가장 ‘검다’는 슈바르츠 발트(‘검은 숲’이라는 뜻)를 지금 통과하고 있으니, 그 고적함이 오죽하겠는가.
나는 아내가 입원하고 있는 동안, 짬짬이 ‘검은 숲’ 속을 산책했고, 그 곳의 온천에서 차가워진 몸을 녹이곤 했다.
‘검은 숲’은 내 기억의 또 다른 풍경을 구성하고 있어서 잠시 머물다 가고 싶지만, 마음이 바빠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지면은 8번으로 정해져 있어서, 친구의 이야기를 모두 전하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콘스탄츠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저녁을 먹기에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친구가 자기 집으로 가기 전 자기가 다니고 있는 콘스탄츠 대학을 방문하자고 제안했다.
콘스탄츠 대학은 독일과 스위스 국경에 걸쳐 있는 유명한 보덴제 호숫가에 있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호수는 짙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맑은 날이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던데…. 그렇지만 안개에 가려진 보덴제도, 앙겔로폴로스 감독의 ‘율리시즈의 시선’의 배경이 된 안개 장면과 겹치면서,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그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들의 움직임이 안개 속에서 실루엣만 희미하게 전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이 세상에 누가 왔다 갔는지, 누가 무엇을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단지 안개 속에서 사람의 움직임만이 있었다는 것이 감지될 뿐이다.
삶은 그렇게 안개 속을 왔다 가는 여행과 같은 것이 아닐까.
임진수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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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기억 여행⑵](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01/20120112.01019072035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