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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기억여행⑷

2012-01-26

친구와 나는 집으로 자리를 옮겨, 술 한 잔을 건네며 지나온 삶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그 친구가 딸을 독일 학교에 보내면서 겪은 경험담으로 흘러갔다.

독일 초등학교는 입학하기 1년 전에 부모와 학생을 소집해 입학 전에 명심해야 할 사항을 미리 알려준다고 한다. 친구도 딸을 데리고 소집일에 학교에 갔다. 그런데 거기서 친구는 일찍이 한국에서는 들을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는 말을 들었다.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아이에게 알파벳을 가르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산수를 포함한 모든 선행학습을 금지시켰다.

친구는 하도 의아해서 물었다. “왜 선행학습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조기교육이 효과적이고, 아이의 지능 발달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선생의 대답은 단순명쾌했다. “학교에서 가르칠 것을 미리 배우면 학생이 학교 교육에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아, 그렇구나!”하고 수긍하는 찰나에, 이번에는 어떤 꼬마가 손을 들고 물었다. “그래도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강요하거나, 알파벳을 가르치면 어떻게 하나요?” 그에 대한 교장의 대답은 더욱 가관이었다. “저항하라. 여러분은 여러분의 의견을 말하고 주장할 권리가 있다.”

‘저항’이란 단어에 이르자, 저항에 얽힌 또 다른 기억이 떠오른다. 오래 전에 친구처럼 지내는 프랑스어 원어민 강사의 부모가 관광차 한국에 왔다가 식사를 함께한 적이 있었다. 그분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 그분은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하나는 상점 간판이 많은 데 놀랐고, 다른 하나는 그 간판에 영어가 그렇게 많은데 놀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분은 “왜 한국 사람은 영어를 많이 쓰느냐? 그리고 영어식 표현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쓰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순간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대학 교수이니까 학생들에게 ‘아메리카니즘에 저항하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프랑스 농부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나를 놀라게 하는, 그럼으로써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이었다.

임진수 <계명대 유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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