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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는 대학에 진학한다. 쉰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12학번 새내기가 되는 것이다.
학교가 집에서 멀어 등굣길에 족히 1시간30분은 투자해야 한다. 주위에서는 그 나이에, 그렇게 먼 학교를 어떻게 다니겠느냐고 걱정한다. 하지만 나는 두려움보다 설렘으로 가득하다. 내 아들보다 훨씬 어린 새내기들과 이제 함께 호흡해야 한다. 가끔 강의실 풍경을 그려보며 새내기 학우들이 나를 묘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난다. 어린 학생들 틈에 앉아 있을 나는 마치 고른 잔디밭에 뻘쭘하게 돋아난 한 송이 민들레꽃 같을 것이다. 홀씨가 되어 날아서 이곳저곳에 흩날리듯, 우리 소리를 보급하는 데 일조하려는 나만의 포부를 가져본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나는 늘 배움에 목말라 있었다. 어린 시절 소리공부도 맛만 보다 늦게 다시 시작했다. 소리만 열심히 하면 학교공부야 별 것 있겠느냐 생각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삶으로 터득한 인생공부로 만족하며 열심히 살겠노라 스스로 위안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부족한 것을 배울 때마다 공부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은 더해만 갔다.
배우면 배울수록, 어떤 위치에 오르면 오를수록 뿌리가 없는 듯한 공허함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실력 향상도 당연시 되어야 하지만, 외형적 조건도 두루 갖추고 싶은 나의 욕망은 학벌 중심이 아닌 능력 중심으로 채용하는 곳에서 추천을 받아 소리를 내밀 때도 늘 가슴 한 켠이 시렸다.
몇해 전 언론에서 학력 위조가 크게 기사화된 적이 있었다. 학력을 위조한 유명강사, 교수, 연예인 등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결과는 옳은 방법은 아니었으나, 그 사람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가슴 한 쪽을 쓸어내리며 살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그래도 나는 당당히 살았노라 자부하지만, 학벌이 인간의 능력을 구분하는 큰 기준이 되는 지금의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듯하다. 어찌되었든 나는 배움에 목이 말랐고, 늦게나마 배움을 통해 삶의 새로운 활력을 얻으려 한다. 모자란 학력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내 지식과 지혜를 키워가기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정진하려 한다.
지미희 <대구국악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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