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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기억여행⑹

2012-02-09

‘절약’이라고 하니까 또 생각나는 것이 있다. 독일 초등학교는 숙제를 엄청나게 많이 내준다고 한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절대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도움의 성격에 있다. 독일―독일은 지방자치가 잘 발달돼 있어서 지역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 적어도 콘스탄츠―에서는 부모의 직접적인 도움이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숙제를 직접 도와주었다가 발각되는 날이면, 학생이 체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콘스탄츠교육청에서 말하는 부모의 도움이란 이면지 구하기라고 한다.

친구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친구가 대답했다. “독일에서는 이면지에 숙제를 해가지 않으면 야단맞아. 심지어 매를 맞는 경우도 있어. 정당한 사유로 숙제를 해가지 않는 것은 용서를 받지만, 이면지가 아닌 새 종이에 숙제를 해가는 것은 용서받지 못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이해가 안 가네.” “여기는 절약 정신이 뼈 속까지 스미도록 가르치는 사회이기 때문에, 모두들 그것을 당연시 해. 그래서 부모들이 항상 이면지를 모으는 데 혈안이 돼 있어.”

나는 친구에게 독일에서 자녀를 교육시킨 경험이 좋은 교훈이 될 것 같으니까, 학교에서 집으로 보낸 공문과 교과서 등 모든 것을 모아두라고 말했다. 이 때 교과서는 후배에게 물려주기 때문에 모을 수 없고, 공문은 이면지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모을 수 없다고 친구가 답했다. 정말 지독한 수전노 사회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런 사회가 건강해 보이는 것은 아마 그것이 삶의 기본원리에 부합하기 때문이리라.

다른 한편으로 나의 흥미를 끄는 것은 그렇게 평소에 많던 숙제가, 다음 날이 휴일일 때는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그건 또 무슨 이유일까. 친구가 공식적으로 학교에 들를 일이 있을 때 그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교장은 우문현답이 아닌 현문우답으로 대꾸했다. “노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독일에서는 방학 숙제가 없단다. 말하자면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놀아본 놈이 놀 줄 안다는 뜻인가.

임진수 <계명대 유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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