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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미안합니다, 정말

2012-02-14

엊그제 저녁의 일이었습니다. 복잡한 식당에서 어느 분과 그만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그 분이 음식을 들고 나오는 저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바람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뜨거운 수프가 순식간에 저의 손등에 쏟아졌습니다. 그 분은 발갛게 변한 저의 손등 위로 티슈 한 장 달랑 건네주고 말없이 돌아섰습니다. 저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알아서 행동반경을 조절하지 못했던 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행이 신경쓸까봐 손을 내려놓은 채 식사를 하는데 진작부터 그 광경을 지켜본 종업원이 얼음주머니와 연고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제3자인 그는 미안하다고 연신 허리를 굽혔습니다.

그날 저녁 그렇게 평온하게 식사를 마쳤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손등이 화끈거리는 것보다, 내심 미안하다는 말에 인색했던 그 분 때문에 조금 속이 상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분도 식사하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그 분은 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실수에 대한 책임을 물을까 지레 걱정을 했거나, 표현력이 무척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 역시, 감정적인 측면에서 쿨하지 못한 채 그 분과 다를 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서 먼저 괜찮다거나, 아니면 불만의 뜻을 표시했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미안하다는 말에는 두려움이 없어야 하고, 계산됨이 없어야 합니다. 그것은 자기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또 다른 용기이며, 인격이기 때문입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상·하 구별도 없습니다. 스승이 제자에게, 군주가 신하에게도 가질 수 있는 마음일 것입니다. 권위적이고 이기적인 사회일수록 ‘미안해’라는 말에 익숙지 않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최후의 보루처럼 끌어안고 있다가 낭패를 보는 위정자도 많이 보아왔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어떤 복음보다 우리의 마음을 순식간에 말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살펴보니 미안한 것 투성이입니다. 집단 따돌림에 희생된 어린 학생이 그렇고, 순직한 경찰관이 그렇고, 아침마다 집 앞의 쓰레기를 치워주는 분이 그렇고, 멀리 눈보라 치는 철책부대에 복무 중인 아들들에게도 그렇고……. 모두 미안합니다. 정말.

변희수<시인·2011영남일보 문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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