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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입춘이 지난 지가 한참이다. 여전히 기온은 영하를 맴돌고, 햇살은 떨어지는 기온을 원망하면서 봄기운을 애타게 기다리는 듯하다.
칼바람 부는 날이면 추위도 잊은 채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때가 생각난다. 우리 집에서는 시장이나 관공서가 멀어서 걸어다니기는 힘들었다. 자전거 한 대 없어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닐 때라서 자전거를 갖고 싶어 몸살을 앓았다. 어렵게 자전거 한 대를 마련해 뒷자리에 두꺼운 점퍼를 입히고 모자에 마스크로 완전무장을 시킨 아들을 태우고, 대로를 신나게 달렸다. 행복이 이런 것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하늘을 나는 듯 했다. 그렇게 달리면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승용차를 타고 달려도 행복하다는 생각보다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자전거 한 대 갖기를 소망하던 때보다 절실하거나, 비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그때만큼 결코 더 행복하지도 않은 것 같다.
재력을 가진 사람들을 볼 때면 정말 행복할 것 같지만, 사람 사는 일이 별반 다를 게 있겠나 싶기도 하다. 하루 세 끼만 배불리 먹어도 행복하다든지, 한 공간에서 공부만 해도 행복하다는 또래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우들과의 불미스러운 일이 기사화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배불리 먹여만 놓으면 별탈없이 자라겠거니 믿어왔던 시대는 분명 옛날이라는 어른들의 푸념 또한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닌 듯하다. 아들이 기어다니다가 첫걸음을 뗄 때도 행복했고,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이사갔던 때도 행복했다. 지난 일을 생각해 보면 큰 일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꼈던 것 같다.
모든 일이 사람의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있다. 상대를 보면 그만하면 행복하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이 그만한 일에 행복을 느끼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기준을 스스로 정하고 그 기준에 만족해 한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행복의 조건이 따로 있을까. 행복해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니까 작은 것에 만족하고, 부족한 것을 채워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지미희 <대구국악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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