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20228.010220719080001

영남일보TV

  • 유영하 국회의원 대구시장 출마선언 “대구의 내일을 여는 길, 함께 해주시길...”
  • 경주시 문무대왕면 산불, 재발화 진화… 잔불 정리 지속

[문화산책] 꽃 둑

2012-02-28

해마다 봄이 되면 갈등을 하게 됩니다. 올해도 가까운 곳에 작은 텃밭이라도 분양을 받아볼까 생각만 하다 말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여름 내내 저는 지인의 텃밭을 들락거렸습니다. 신선한 채소나 먹거리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 분은 봄의 말미에서부터 밭둑에 빙돌아가며 코스모스니 국화니 금잔화 같은 꽃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언뜻 채소밭에 웬 꽃이냐 싶었지요. 둘레둘레 이웃한 밭 사이에 생뚱맞은 꽃둑(?)을 상상하며 말하진 않았지만 슬며시 부르주아적인 발상이다 싶었습니다. 차라리 그럴 바엔 콩이나 들깨 같은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생산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자투리땅도 귀하던 예전엔 밭둑도 훌륭한 경작의 공간이었으니까요.

푸성귀가 한참 물이 올라있을 무렵 밭에 들른 저는 상추니 고추니 하는 것을 제쳐두고 밭둑부터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참 생기발랄하게 자라있어야 할 꽃모종이 오종종한 모습으로 기를 펴지 못하고 밭둑에 앉아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으니 옆 밭에서 자꾸만 농약을 치는 바람에 매번 죽어나가는 모종을 다시 심다보니 더디게 자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주위에선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라고도 했습니다. 내심 밭둑을 꽃밭처럼 정성스레 가꾸는 모습에 은근히 감탄하던 차라 다른 밭에서도 싫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서로의 입장은 확연하게 달랐습니다.

입장차이의 핵심은 농약에 있었습니다. 이쪽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날아드는 농약을 피해보자는 심산으로 꽃을 방패막이로 둘러놓았던 것입니다. ‘설마 살포의 손길이 꽃에게까지…’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저쪽에서 볼 때 꽃은 갖가지 곡식이며 채소에 섞여 있는 잡초일 뿐이었지요. 그뿐 아니었습니다. 다음해 밭둑에 핀 꽃들이 씨앗을 퍼뜨려 밭을 꽃밭으로 만드는 사태(?)가 염려되기도 했던 것입니다. 하여 지난해 지인의 밭은 꽃둑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들판 한 가운데서 섬처럼 외로워보였습니다. 바른 먹거리 하나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지인을 보면서 ‘짓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땅이 꼭 삶의 얼굴을 닮았습니다. 저는 올해도 농사짓기를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 교훈이 생각납니다. ‘부지런한 자가 아니면 발을 멈추어라!’

변희수 <시인·2011영남일보 문학상 수상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