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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고3님, 베란다 근처에는 가지도 마세요

2012-03-07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야 갖게 된 외동딸이 어느덧 고3이 됐다. 2학년까지는 ‘우리 딸’이었는데 지금은 ‘고3님’이라는 지위를 갖게 되셨다. 남편과 나는 고3님께서 열심히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나름 눈치를 보며 지내고 있다. 고3님 역시,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열심히 공부해 성적을 올리려고 노력 중이시다.

고3님이 공부를 하다가 책상 위에 엎드려 잠이 든 모습이 안쓰럽고,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느라 소화불량이 되는 걸 보니 안타깝다.

하지만 휴대전화에서 손을 떼지 못하거나 TV 앞을 기웃거리는 고3님은 못마땅하다. 또 기대했던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 때는 못마땅의 정도가 가히 핵폭탄급이 된다.

며칠 전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남의 일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성급히 집에 있는 고3님께 전화를 걸었다.

“고3님, 절대 베란다나 창문 근처엘랑 가지 마세요. 엄마와 아빠는 명문대생보다는 살아있는 딸을 바랍니다.”

이 말을 들은 전화기 너머 고3님께서 “재미나다”며 깔깔깔 웃는다. 딸아이의 깔깔대고 웃는 소리에 금세 행복해진다. 딸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은 너무 쉽다.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해 본다. 부모로서 딸에게 바라는 인생은 어떤 것일까. 분명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삶인데.


맞다. 딸아이가 명문대생이 되고서도 눈부신 스펙을 쌓느라 심신이 지치기보다는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자주 웃을 수 있으면, 또 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한 마디로 딸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궁금하고 활력이 넘치는 청소년 시절에 파란 하늘과 구름을 보며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으면, 수능과는 관계가 없더라도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고 감동에 몸을 떨 수 있으면, 어려운 수학문제를 함께 푸는 친구보다는 인생의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딸아이의 인생이다.

딸아이의 웃음소리는 명문대 학생증보다 고귀하다.
고선미 <대구교대 음악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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