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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아날로그 감성을 찾아서

2012-03-09

신입생이었던 1998년 3월, 첫 과제를 위해 책내음 물씬 풍기는 대학도서관을 찾았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어떤 글을 쓰면 A플러스를 받을 수 있을까’하면서 도서관을 이리저리 헤맸던 그 때와는 달리, 요즘은 글을 쓰거나 아이디어를 찾을 때 인터넷을 먼저 검색한다.

요즘의 트렌드를 손쉽게 찾아 볼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다량의 관련 자료를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남의 글을 보고 나면 글쓰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표현이 거칠고 서툴러도 나만의 색깔이 묻어났던 과거와 달리, 그때보다 많은 경험을 하고 있지만 요즘 나의 글에는 트렌드만 있지 감성과 깊이가 없다. 두꺼운 책을 통해 작가의 기승전결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료검색 차원에서 책의 일부분을 읽거나 기사의 일부분을 읽는 습관이 생겨서인지 사고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도 깊이보다는 속도가 우선인 듯하다. 그래서 원고 청탁을 받을 때마다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나에겐 16개월 된 아들이 있다. 이유식 시기에 전자레인지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집에는 전자레인지가 없다. 지인들은 맞벌이부부면서 왜 미련하게 이것을 사용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보글보글 물이 끓을 때 달그락하는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좋다. 또 아이랑 함께 기다리는 5분 정도의 시간이 요즘 인기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을 50분 넘게 보는 것보다 훨씬 즐겁다. 모든 게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아이랑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여유롭고 아날로그적이고 싶어서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면서 아이들이 최첨단 매체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맞벌이부부의 자녀일수록 그 현상은 심각하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업무를 제외한 사적 일상,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과 지인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들은 좀 더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채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퇴근한 뒤 소박한 저녁밥상 앞에서 담소를 나누고 싶다. 그리고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기보다는 몸으로 부딪히며 소리내며 같이 웃거나 소홀해지기 쉬운 가족에게 손글씨로 적어내려간 편지 한 장을 보내는 여유를 가지고 싶다. 그런 것이 현실화된다면 디지털기계로 초래된 여러 문제점을 조금은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현주 <대구미술관 홍보마케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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