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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생활을 시작한지 20년이 지났지만, 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여전히 긴장하고 설레는 자신을 느낀다. 반 아이들과 첫 대면할 때 또는 첫 수업시간, 교실에 들어서기 전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래서 약한 모습이 아니라 강한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이기 위해 애쓰면서도, 부드럽고 친절한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교직생활 동안 우리 반이었던 아이들 가운데, 돌아보면 마음에 짠하게 남는 아이가 몇 있다. 그 중 한 아이가 K다. 유학을 가려고, 또는 내신성적이 좋지 않아 검정고시를 치려고 자퇴한 아이가 종종 있었지만, K는 우울증이 심해 자퇴를 했다. 고등학교 입학식 날부터 다른 교실에 잘못 가 있는, 어딘가 다른 행동을 보이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 우울증 증세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 당시 K 말고 다른 반에도 우울증을 보이는 아이가 더 있었는데, 그 중 K의 증세가 가장 심했다. 친구에게 자존심이 상했거나, 수업시간에 야단을 맞으면 칼로 손등을 긋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죽고 싶다는 말을 수시로 했기 때문에 교실에서 뛰어내리거나, 어디 보이지 않는 곳에 가서 자해를 할까봐 늘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아이와 상담을 하고, 상담 내용과 관찰 내용을 기록해 놓았다.
K는 두뇌가 명석하고 수준 높은 도서를 읽는 등 지적능력이 뛰어났는데,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이 늘 안쓰러웠다. 병원에서 받아온 우울증 약의 기운 때문에 의지와 상관없이 수업시간에 졸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렇게 1학년을 보내고 다행히 2학년으로 진급을 했는데, 2학년을 다 마치지 못하고 자퇴를 했다. 그 소식을 나중에 듣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K 말고 다른 반에 우울증을 앓던 아이는 고3으로 올라간 뒤 교실에서 늘 졸기는 했지만, 그래도 모든 시간을 꿋꿋이 이겨내고 졸업을 했는데…. 물론 졸업이 전부는 아니지만, 다른 친구들이 다하는 것을 나도 해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중요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그때 이후로 K의 소식을 들을 수 없지만, 요즘도 가끔 생각이 난다. 볼이 통통하고, 웃으면 어여쁘던 그 아이를.
김상윤 <경덕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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