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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나는 당신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아요

2012-03-21
[문화산책] 나는 당신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아요

나는 서울과 대구간의 KTX를 자주 이용한다. 새마을호로는 4시간 정도 걸렸지만, KTX를 이용하면 2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처음 KTX를 이용했을 때는 그 신속함에 감동했으나, 인간이 참으로 간사한지라 곧 두 시간의 탑승이 다시 지루해졌다. 그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기 위해 책을 읽거나, 딸아이가 휴대폰에 저장해 준 영상물을 보곤 한다. 때론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한다. 집에서 준비해 간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 그리고 차창 밖의 경치가 때로는 나를 즐겁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참으로 못된 것인지 내가 먹을 샌드위치나 커피향은 입맛을 돋우지만, 다른 사람들이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는 도시락이나 햄버거 냄새는 싫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음식냄새가 싫듯이 다른 사람들도 그러리라 생각하며 가급적 냄새가 나지 않는 먹거리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어쩌다 중요하거나 급한 전화가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차 안에서까지 통화할 필요가 없는 전화가 걸려온다. 통화를 하기 위해 통로로 나가기 귀찮아 수화기를 손으로 감싸고 속삭거리며 통화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실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참으로 얌체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작은 소리로 통화를 하면 그 작은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래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니 말이다. 음악을 전공한 나는 아무래도 모든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벨소리를 분류해 그 사람의 성향을 짐작하고, 벨소리의 종류뿐만이 아니라 음량에도 신경을 쓴다.

다른 사람이 통화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를 들으면서 그 사람에 대해 평가도 하고, 통화내용의 가치를 따지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얌체인지라 나의 통화 용건은 중요한 일이고, 다른 이들의 용건은 기차 안에서 통화해야 할 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통화를 듣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에 대해 알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귀찮더라도 통로에 나가 통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당신들도 나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을 테니까.

고선미 <대구교대 음악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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