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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에서 민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 쉽게 눈에 띈다. ‘우리의 것’이라는 자긍심과 전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대중화되는 경향도 있겠지만, 시대적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작은 노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민화에서 보편적으로 느끼는, 우리가 친근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민화는 그림의 구조적 짜임과 내용이 대단한 미(美)의식이나 의미보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그래서 시대를 무시하고 초월하려는 몰시대성, 이름도 밝히지 않고 개성도 나타내지 않으려는 무명성, 그림의 법칙이나 사물의 이치를 따지지 않는 비과학성, 실현가능성 여부를 묻지 않으려는 자유로움이 있다.
예를 들면 그림에는 원근이 거꾸로 되거나 경중이 반대로 되어 있고, 강약이 한데 섞여 있거나 수평이 수직으로 되어 있으며, 각 사물의 상호 비례관계가 무시된 것도 많아 오늘날 상식적으로 전혀 통용되지 않는 것이 있다. 재료에 있어서도 종이는 물론이고 가마, 도자기, 가구, 문방사우, 돗자리, 비단 등이 사용되었다. 물감도 특수하게 처리된 광물성의 물감에서부터 화공들이 손수 만든 것으로 보이는 식물성 물감, 서양화에 사용되는 유화물감, 그리고 페인트로 그린 그림까지 있다.
화구(畵具) 역시 손가락이나 나뭇가지, 불에 달군 인두 등이 자유롭게 활용됐다. 또 그리는 대상도 삼라만상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그래서 민화에는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의 의지와 힘이 있다. 또 필치가 산뜻하고, 경쾌한 느낌이 있으며, 어떤 그림보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기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민화는 대칭형과 나열형 구도이거나 장식성이 특징이며, 소재는 화가의 의지나 창의적인 선택이기보다 다른 그림을 복제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사실조차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민화는 그림 속에 작가를 숨기고 있는 것이다.
요즘 민화를 그리고 감상하는 우리는 이러한 무명작가의 자유로운 영혼의 몸짓보다 복제되고 잘 그려진 내용만을 베껴내고 있지 않은가 싶다. 그래서 우리는 민화 속에 담겨지고 숨겨진 무명작가의 마음을 그려내는데 더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소하 <대구예술대 한국미술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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