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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소비의 미덕과 절제의 미덕

2012-04-18
[문화산책] 소비의 미덕과 절제의 미덕

얼마 전 딸아이의 치과 정기검진이 있어서 병원에 갔다. 딸아이가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철없는 엄마는 대기실에 비치해 놓은 여성지 탐독 삼매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여성지에서 보여주는 여성의 모습은 참으로 환상적이었다. 마치 사마귀처럼 가늘고 긴 팔다리를 가진 비현실적인 미녀는 돌아오는 봄에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핸드백을 들고, 또 어떤 화장품으로 어떻게 화장해야 하는지 열심히 보여주고 있었다. 멋들어진 가구로 가득 찬 깔끔하고 넓은 집, 희귀한 식재료로 만들어져 화려한 식기에 담겨있는 음식, 눈부시게 화려한 옷과 액세서리….

나는 잠시나마 여성지에 있는 비현실적인 미녀의 모습이 마치 나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래, 이 핸드백을 들고 이 옷을 입으면 좋겠구나.’ ‘아하, 눈 화장은 이렇게 해야 신비롭게 보이겠구나.’ ‘이렇게 아름답게 꾸미고, 이렇게 멋진 집에서 와인 한 잔을 마시면 어떨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곤 ‘그래, 그래. 정말 멋지구나’란 탄성의 소리를 마음 속으로 내곤 했다.

그것도 잠시, 나는 “엄마, 다 끝났어요, 집에 가요”란 딸아이의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몽롱한 표정으로 여성지에서 눈을 떼는 나를 본 딸아이는 “엄마, 표정이 왜 그래요”라고 물었다. 아마도 나는 소비의 최면에 걸렸던 듯하다.

사실 우리를 소비로, 소비로 이끄는 것은 여성지뿐만이 아니다. 현대사회의 모든 것은 소비와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날짜까지 정해놓고 소비를 약속한다. 2월14일은 초콜릿을 소비하는 날이다. 또 3월14일은 사탕을, 4월14일은 짜장면을, 5월14일은 장미를 소비하는 날이다.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 행사도 있겠지만 이들 날짜를 보면 소비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자본주의의 기본 개념이 소비의 미덕이라고 하지만, 요즈음의 이러한 소비행태는 미덕이라는 차원을 넘어선 듯한 느낌이다. 지금은 소비의 미덕보다는 절제의 미덕이 필요한 때다. 절제의 미덕이!
고선미 <대구교대 음악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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