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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교정에 늦게 핀 벚꽃과 목련이 탄성과 설렘을 안겨주던 시간도 지났다. 이제 봄이 나른해지는 춘곤증이 찾아들 때가 됐다. 수업도 느슨해지면서 게으름이 찾아오던 어느 날 오후, 각 학년 강의실마다 몇 판의 피자가 배달되었다. 모두 약간은 긴장된 마음과 반가움으로 피자를 주문한 사람이 누굴까 추측했다. 이내 우리는 주인공이 만학도(晩學徒) 중 한 사람임을 알았고, 고마운 마음으로 피자 한 조각씩을 나누어 먹으면서 잠시 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과에는 만학도 몇 명이 있다. 늦게 시작한 예술학도의 길이 쉽지 않은 탓에 그들은 수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학사일정에 맞춘 시간 조절이 힘들다고 말하곤 한다. 주부는 가정생활과 개인시간을 많이 희생해야 하고, 사업가는 경제적 활동을 제한하면서 금전적인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고,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전문가는 그 분야의 대부분을 줄여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학업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지금껏 품고 있는, 식지 않은 배움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그들의 사연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개인사 등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학교생활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어린 학생과 같은 조건에서 실기수업을 받고, 밤을 새우면서 과제를 해내고, 몇 시간씩 운전해야 하는 먼 거리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더러는 오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몇 사람이 짝이 되어 학교 인근의 모텔에서 며칠씩 묵는 바람에 ‘OO모텔 401호 동기’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그리고 그들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을 배려한다. 함께 수업할 수 있어 감사하고, 동기가 된 사실에 미안해 한다. 그래서 피자도 주문하고, 빵과 아이스크림도 사오고, 가끔은 집에 있는 별미나 맛있는 도시락을 가져와 나눠먹고, 행사가 있을 때 경제적 지원도 남몰래 한다. 이에 대해 어린 학생들은 그들에게 감사하고, 인생상담을 하기도 한다.
이같은 나눔과 배려와 감사가 있기에 오늘도 교정은 더욱 아름답고, 밝게 빛난다. 나는 이런 제자들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그래서 행복하다.
김소하 <대구예술대 한국미술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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