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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안티’라는 말

2012-06-19
[문화산책] ‘안티’라는 말

최근 ‘안티(anti)’라는 말이 유행이다. 인기인이나 연예인을 대상으로 안티 팬들이 생겨나는가 하면 인터넷상에 우후죽순처럼 안티 카페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덕분에 ‘안티’라는 말은 무조건적인 반대나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삐딱한 사람을 빗댄 부정적인 뜻을 강조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안티는 문학용어인 ‘앙티 로망’에서처럼 전통적인 형식이나 관습을 부정하는 새로운 시도의 실험적 가치관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창작의 과정에 이 부정정신이 없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상상력의 확장도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창작 입문과정에서 강조하는 ‘낯설게 하기’ 또는 ‘뒤집어 보기’도 긍정적인 의미의 안티, 즉 부정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안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반대를 위한 반대’란 혐의에 빠질 위험이 있는가 하면, 젊은이들의 경우 버릇없고 당돌한 태도로 받아들여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어떤 광고에서처럼 모두가 ‘예’라고 할 때 혼자 ‘아니오’라고 하는 것은 현실에서는 큰 모험이다. 비교적 창의력을 중요시하여 새로운 시도나 실험정신을 감싸안는 예술세계에서조차 누군가 일생을 던져 이루어놓은 한 세계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기란 쉽지 않다. 그 세계를 이룩한 이가 자신의 스승이라면 더욱 그렇다.

예술과 창작의 세계에 있어 부정정신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자 주의해야 할 통과의례인지 모른다.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첨단과 전위를 잊지 말아야 하는 속성 때문에 더 그렇다. 그러나 이때의 부정은 기존의 예술세계 위에 새로운 세계를 올려놓는 일일 뿐, 무조건 기존세계를 전복하는 것은 아니다. 벽돌을 쌓는 일에 있어 아랫단이 없으면 윗단을 절대로 쌓을 수 없는 이치와도 일맥상통한다.

안티는 알고 보면 긍정을 위한 부정이란 뜻을 가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 철학자 에밀 시오랑이 “부처도 직업을 가졌다면 ‘단순 불만자’였을 것”이라고 한 말을 “예술가가 되지 않았다면 그도 ‘단순 불만자’ 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바꿔 읽어본다. 단순히 누군가를 헐뜯기 위한 안티가 아니라, 세계와 삶을 긍정하기 위한 건강한 ‘안티’라면 터부시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안티를 받아들이는 여유 또한 높은 문화수준에서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조혜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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