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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처음 일본에 가면서 긴장을 많이 했다. 비행기 안에서 대면할 일본 학생을 생각하자, 오랫동안 알게 모르게 쌓여왔던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왠지 모를 어색함과 막연한 불안감을 가져왔다.
최종 목적지인 도쿄예술대학에 도착했을 때는 어둑어둑한 밤이었다. 처음 일본의 풍경을 보며 어릴 때 동네에서 흔히 보던 건물 양식을 떠올렸다. 다소 긴장된 얼굴로 숙소에 들어갔을 때 일본 학생들이 모두 나와 음식을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아르바이트를 미루고 온 사람이었다.
십시일반으로 돈을 거둬 우리가 있는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번갈아가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술을 나누어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절보냈다. 하지만 고마운 마음 한구석에 ‘원래 일본사람은 친절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마음에서 대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날 기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나갔는데, 그들도 짐을 들어줄 겸 마중을 나왔다. 인사를 하고 기차에 탄 뒤 자리를 찾고 있는데, 한 학생이 나에게 밖을 내다보라고 했다. 일본 학생 몇몇이 우리가 가는 것이 그리 아쉬운지 눈물을 글썽이는 것이었다. 이 모습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우울했다. 이것도 가식일까, 아니면 내가 잘못된 것일까.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지금도 독도 문제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애증 관계에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는 풀리지 않는 실타래와 같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순수한 눈물은 거짓이라고 보이진 않았다. 일본인도 개개인을 보면 이렇게 좋은 사람이 많은데, 우리는 왜 계속 의심하며 미워하는 역사를 반복해야 하는가. 정치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이들 같은 마음으로 정치를 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사랑하고 싶다. 선입관을 버리고, 미워했던 모든 감정을 정리하고, 두 팔을 벌려 일본을 비롯한 모든 나라의 사람을 안고 싶다.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왜 이렇게도 미움이 많아 얼굴을 찌푸리고 사는지 모르겠다.
나는 화가다. 정치를 잘 몰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할 수 있다면 그 일을 예술을 통해서라도 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소한 우리 아이들 세대에서는 서로 용서하고 사랑했으면 한다.
류재민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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