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시를 한번 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전을 준비한다면 꼭 해야 할 것이 있다. 팸플릿, 전시장 대여비, 재료비, 전시 오픈 및 뒤풀이 비용이다. 이 모든 것을 작가 혼자 감당한다면 최소 3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비용이 든다. 1년에 한 번 개인전을 한다고 보면 적지 않은 돈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돈도 모아야 한다. 그림이 잘 팔리는 작가는 문제가 안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작가는 이중고를 겪는다.
최소한 직업을 작가라 생각하고 작품을 팔아서 살면서 1년에 1번 개인전을 연다고 가정했을때 2천500만원 이상은 팔아야 최소 생계비가 나온다. 하지만 그런 작가가 몇 명이나 될까. 그래서 작가는 늘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물감이나 캔버스도 최고급으로 사려고 한다. 만약이라도 그림을 살 고객에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해 시간이 지나 그림이 변할 경우 고객이 실망하지 않을까하는 이유에서다. 비록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더라도 이 때문에 그림의 재료는 고급으로 할 수밖에 없다.
작업을 하는 모든 사람이 작품을 하는 재료의 질만 신경을 쓰고 그 재료가 얼마인가에 대해 무감각하다. 오로지 자신의 세계를 펼쳐보이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대중을 위한 사랑의 정신만 있다. 돈을 계산한다면 작업을 할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를 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위대하다. 마냥 그림이 좋아 모든 것을 투자하는 것은 아마도 대단한 정신적 각오가 없고서야 불가능할 것이다. 누가 알아주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좁은 작업실에서 그림만 그리는 작가는 산속에서 수양을 하는 스님마냥 고요하다.
대구에도 한평생 그림만 그린 원로작가 분들이 많다. 어떤 예술관련 책에 글을 기고할 게 있어 그 분들의 삶을 잠시나마 조명한 적이 있었다. 그 분들의 모습은 살아있는 그림의 역사였다. 예산이 좀 있었다면 그 분들이 머물렀던 흔적을 더듬어 다큐멘터리로 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늦기 전에 그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힘들었던 그 시절을 나 혼자 느끼기엔 아깝다.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던 막걸리집도 사라져간다. 그분들의 기억과 함께.
류재민 <화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