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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거리가 새로이 단장되던 그 해 봄이다.
도로가 새롭게 정비되고, 가로수로 이팝나무 묘목이 심어졌다. 그 해따라 가뭄이 심하여 심어둔 어린 이팝나무의 잎이 시들시들 생기를 찾지 못했다. 안쓰러운 마음에 간간이 물을 주었지만, 시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팝나무 이파리 사이사이에 눈송이마냥 하얀 꽃이 드문드문 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옮겨 심은 이팝나무의 잎은 여전히 생기를 찾지 못했다. 성기게 핀 꽃도 시들은 모습으로 겨우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낯선 곳으로 옮겨져 뿌리를 내리느라 안간힘을 쓰면서도 꽃 피울 시기가 다가오니 제 몫을 다 하느라 힘겹게 꽃을 피운 이팝나무가 너무나 기특하여 마음 속으로 한없는 칭찬과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작은 나무 한 그루도 어려운 여건이지만 묵묵히 제 할 일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비롯한 우리 인간들은 어떤가 생각했다. 문득 부끄러운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몇년의 시간이 흘러 올해는 제법 가지도 죽죽 뻗고, 잎도 신록을 자랑하면서 봉산문화거리를 당당하게 지키고 있다. 하얀 꽃을 탐스럽게 피워 봉산문화거리를 더욱 아름답고 활기차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추를 뒤로 돌려 이 하얀 이팝나무가 없었던 때를 떠올려본다. 그 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이 이팝나무가 없는 봉산문화거리는 상상하기도 힘들고, 참으로 삭막할 것만 같다. 내년에는 보다 더 우람한 풍체와 풍성한 이파리를 자랑하는 이팝나무를 이 문화거리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더욱 나를 즐겁게 한다.
우리 주위에도 봉산문화거리의 하얀 이팝나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신의 일터에서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수많은 이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풍요로워진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도 봉산문화거리에는 하얀 이팝나무가 하늘거리고 있다. 이팝나무를 바라보면서 비록 빛나지는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이 사회의 수많은 이팝나무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그들처럼 나도 한 그루의 아름다운 이팝나무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이미란 <대구문인화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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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이팝나무 단상](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07/20120711.01022073033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