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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식품이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현명하고 영양학적인 식단 꾸리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동산의료원 김진희 영양과장(왼쪽)과 동산의료원 힐링푸드 전문점 닥터셰프 식단을 책임지고 있는 임상영양사 정주원 팀장. |
국민 모두가 ‘식품의학자’로 돌변했다.
특히 건강보조식품업자들은 자기들이 임상실험한 결과를 첨부한 서류를 보이면서 자기 상품을 먹으면 각종 성인병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가끔 약장사, 약초꾼, 뱀장수 등도 자기 걸 먹으면 무병장수한다고 주장한다.
시골의 촌로들도 평생 땅에서 익힌 약초학 지식을 앞세워 의사들이 포기한 각종 암에 특효약이라면서 이런저런 약초를 건네며 먹는 법까지 자세히 설명해준다. 토종약초 전문가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 붐이 일어난 산야초효소 전문가도 무조건 몸에 좋다고 떠들어댄다. 밀렵꾼은 그들만의 경험으로 그걸 먹으면 어디어디에 특효가 있다고 말한다.
이젠 영농법인 관계자들도 자기 지역에서 나는 제철 특산품으로 이런 저런 제품을 가공해 팔면서 마치 약처럼 홍보를 한다. 보양식을 파는 식당주인들도 모두 동의보감 전문가로 둔갑했다.
김치·된장·고추장·간장 등 전통발효식품도 그 제조과정, 유통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없고, 성분분석을 의뢰하지도 않고서 모두 최면에 걸린 듯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예찬 일색’이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음식이 곧 생명인데….
이렇게 대놓고 ‘몸에 좋은 음식’을 맹목적으로 외쳐선 안된다고 믿는다. ‘몸에 좋은 보약(補藥)’이란 말은 대한민국밖에 없다. 음식으로 식품의학적 담론을 자기 맘대로 만들어내는 나라는 지구상에선 한국밖에 없다.
심각한 대목이 있다. 식품영양학자·식품의학자·가정의학과교수·약선요리전문가·임상영양사·발효음식연구자·자연치유전문가·채식주의자·체질연구가·한의사·대체의학자의 음식건강론이 제각각이란 사실이다.
특히 일부 음식건강 관련 방송의 침소봉대식 예찬론이 전국민에게 왜곡된 식품건강 정보를 유포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또 심각한 사실이 있다. 특정 음식에 대한 주장이 상반되고 모순으로 흐르기도 한다는 점.
가령 돼지감자의 경우를 보자. 최근 당뇨에 좋다는 여론이 조성돼 엄청 사랑받고 있는데 식약청에서는 과도하게 먹으면 좋지 않은 유해식품으로 분류해놓기도 했다. 계란도 하루 1개 이상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아는 주부가 많지만, 식품영양학자들은 이를 식품영양학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난센스로 꼬집는다.
최근 기자는‘임상영양사’란 직업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임상영양사는 식품과 의학 두 영역을 동시에 건드린다. 다시 말해 식품영양학적 토대에 질병학 등 가정의학적 지식까지 축적한 특화된 영양사로 분류된다.
지난 4월 처음으로 국가고시를 치렀다. 대학원 과정을 이수해야 고시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로선 음식과 건강과의 관계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일반 의사들조차도 그들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 임상영양사가 가장 대접받는 병원은 동산의료원이다. 본원에만 4명이 소속돼 있고 이들이 환자식을 조절하고 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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