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20730.010250717140001

영남일보TV

  • 유영하 국회의원 대구시장 출마선언 “대구의 내일을 여는 길, 함께 해주시길...”
  • 경주시 문무대왕면 산불, 재발화 진화… 잔불 정리 지속

[문화산책] 팥빙수의 계절

2012-07-30
[문화산책] 팥빙수의 계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어린 시절 골목을 울리던 “아이~스케키~”라는 소리가 그립다. 에어컨은커녕 냉장고도 귀하던 시절엔 금방 길어 올린 찬물이 유일한 냉음료였으니, 달콤한 팥맛이 나는 아이스케키야말로 환상의 먹거리였다. 나는 지금도 팥빙수를 먹을 때면 어린 시절의 아이스케키가 먼저 떠오른다.

찬 것, 뜨거운 것을 막론하고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때에 어린 시절의 초라한 음식들이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그 음식들이 ‘그리움’이라는 범주에 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화려하게 고명이 가득 얹힌 고급 팥빙수보다는 팥만 수북이 얹힌 소박한 팥빙수가 더 좋다. 미숫가루가 솔솔 뿌려진 정도의 조금 더 고급스러운(?) 팥빙수도 좋다. 빨간물, 파란물이 뿌려진 조금 더 야한(?) 팥빙수도 괜찮다. 그 정도까지는 모두 옛날을 떠올리게 해주는 고마운 것들이다.

그런데 요즘의 팥빙수는 너무 많이 꾸민다. 우유에, 색색의 과일에, 젤리와 찹쌀떡 조각에, 심지어 초코시럽을 뿌린 것도 있다. 은가락지만 낀 하얀 손가락이 그렇게도 예뻐 보이던 처녀가 갑자기 팔찌와 귀고리에 진주 목걸이까지 하고 나타난 형국이다.

수를 놓든, 염색을 하든, 작업을 하다 보면 과유불급의 진리를 깨닫고 또 깨닫는다. 더 훌륭해지고 싶어서 좀 더 강하게, 또는 좀 더 많이 더하다 보면 재료가 가진 원래의 소박하고 깊은 멋을 다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비로소 겸손과 절제의 미덕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단순한 선에서 시작하여 결국은 단순한 선으로 돌아오는 긴 여정을 겪은 뒤의 마음 같았다. 가장 화려한 장식은 하나도 꾸미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깨달음에는 늦은 나이가 없을 것이니, 이제라도 나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정을 담은 작품을 창작하고 싶다. 담담히 표현하고 담담히 자리하는, 담백한 예술가로서 좋은 작품을 창착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같이 사는 사람과는 말할 것도 없이 더 깊은 정을 나눌 것이지만, 깊은 정이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것이기에 그 정을 잘 알아챌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 무더운 여름, 일단 시원한 팥빙수부터 나눠 먹어야겠다.

김영숙 <경일대 디자인학부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